“실적 얼마나 안 좋길래” 테슬라, 전기차 가격 또 내렸다

테슬라, 모델 3종 2,000달러씩 인하 발표
수요 침체에 미국 이어 중국서도 가격 내려
보조금 등에 업은 국내 업체, 인하 계획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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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테슬라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미국, 중국에 이어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에서도 가격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주행보조 시스템인 완전자율주행(FSD) 가격도 내렸다. 전기차 가격 경쟁 및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 부진과 과잉 재고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위기의 테슬라, 미·중 이어 유럽·중동에서도 가격 인하

2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전날 중국에서 전 모델의 가격을 인하했다. 업그레이드된 모델3의 가격은 기존 24만5,900위안에서 23만1,900위안(약 4,410만원)으로 내렸고, 모델Y는 기존 26만3,900위안에서 24만9,900위안(약 4,750만원)으로 인하했다. 테슬라는 이달 초 모델Y 판매가를 5,000위안 인상했는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이다.

미국에서는 가장 저렴한 버전의 모델Y 가격이 역대 최저인 4만2,990달러로 떨어졌다. 모델Y의 상위 버전 두 모델도 각각 2,000달러씩 할인됐고, 모델X 또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조정됐다. 이어 독일에서는 모델3 후륜구동 가격을 4만2,990유로에서 4만990유로(약 6,000만원)로 인하했다. 이 밖에 중동, 아프리카 등 다른 국가에서도 모델X, 모델S 차량의 가격을 내렸다.

아울러 테슬라는 FSD 소프트웨어 가격(미국 한정)도 기존 1만2,000달러에서 8,000달러로 3분의 1가량 내렸다. 테슬라 웹사이트에 따르면 고객들은 신차 구매 시 30일간 FSD 체험판을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인하에 수익성도 경고등

테슬라가 또다시 가격인하 카드를 꺼내든 건 최근 판매 부진을 비롯한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인도량은 약 38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이후 첫 역성장으로, 중국 내 경쟁사가 급증한 데다 각국의 보조금 축소 등이 테슬라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중국에서는 샤오펑, BYD, 창안 등이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설상가상 샤오미까지 가성비를 내세워 전기차 시장 진출에 나선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승용차협회 자료를 기반으로 중국 내 테슬라 점유율이 지난해 1분기 10.5%에서 4분기 6.7%로 줄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U의 전기차 보조금 중단 및 축소의 타격도 크다. 독일은 지난해 12월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중지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은 보조금을 저가 전기차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에 따르면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4%나 쪼그라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전기차는 보조금 없이는 여전히 너무 비싸고 유지 관리 비용도 높은 데다 기술 발전으로 중고차 가격도 급속히 떨어지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머스크 CEO는 실적 반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달 15일 세계 각지에 있는 테슬라 직원 중 총 1만4,000명을 해고한 것도 그 일환이다. 해고자 명단에는 최고위급 임원도 2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달 말로 계획됐던 인도 방문도 “테슬라의 의무가 막대하다”며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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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아이오닉6’/사진=현대자동차

‘원가 절감’ 유인 없는 국내 전기차 업계

테슬라의 이같은 행보는 파격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일관적이다. 원가 절감과 이를 통한 실구매 인하가 테슬라가 잡은 확실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LFP 배터리 탑재나 중국 기가팩토리(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해 물류비용을 줄이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과거 사례대로라면 테슬라를 좇는 후발주자들은 전기차 가격 인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 전기차 업계에는 기술 개발 등을 통한 가격 인하 전략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가 자사의 주력 전기차를 부분 변경해 내놓은 더 뉴 아이오닉5의 가격은 이전 모델과 같다. 애초에 값이 싸서 그런 건 아니다. 아이오닉5의 4륜 모델은 가격폭이 5,700만원부터 6,400만원까지다.

현대차의 일부 모델은 판매가가 테슬라보다 비싸기도 한데, 그럼에도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이다. 이는 현대차에 유리한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규정 덕분이다. 올해 규정대로라면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는 정부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다. 반면 테슬라는 어떤 모델을 선택하든 100%의 보조금 수령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한국 전기차 업계는 원가 절감을 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다. 기존에 탑재하고 있던 NCM 배터리만 잘 유지해도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국내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서다. 전체 전기차 판매량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변화에 나설 이유도 없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현대차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을 언제까지 출시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오닉5 차량 등에 대한 가격 인하 계획 역시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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