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열기 식었나” 엔비디아 주가 10% 하락,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주도 일제히 약세

엔비디아 급락, '거품 붕괴 시작'인가 '일시적 조정'인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韓 반도체 대장주 조정도 불가피
미국 빅테크 1분기 실적 발표, 'AI 반도체' 업황 바로미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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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를 주도했던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에만 10%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30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시장 기대를 밑도는 반도체 업황과 대내외적 위기감이 맞물린 영향이다. 엔비디아 쇼크에 의한 여파로 국내 반도체주의 주가도 하락을 이어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전 세계 반도체주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 반도체 선두기업 엔비디아, 주가 10% 급락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일(이하 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0%(84.7달러) 하락한 762달러에 마감했다. 엔비디아 주가의 800달러 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 2월 29일(791.12달러) 이후 처음으로, 정점을 기록했던 지난달 25일(950.02달러) 이후 19.79%나 하락했다. 시가총액 역시 전날(18일, 2조1,170억 달러·약 2,913조원)과 비교했을 때 하루 만에 2,120억 달러(약 292조원)나 빠진 1조9,050억 달러(약 2,621조원)로 내려앉았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미국 증시 대표 반도체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4.12% 떨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AMD(-5.44%), 브로드컴(-4.31%), 마이크론(-4.61%), TSMC 미국증권예탁원증서(ADR, -3.46%), ASML ADR(-3.32%), 인텔(-2.40%)을 비롯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구성하는 전체 30개 종목 모두가 하락 마감했다.

올해 1분기만 해도 AI 랠리를 타고 거침없는 기세로 급등세를 보였던 반도체주가 급격히 꺾인 것은 슈퍼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이 전 분기 대비 27% 하락한 매출을 보인 데다, 노광장비 신규 수주액도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를 33.3%나 밑돌았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독보적 1위 업체 TSMC가 지난 18일 실적발표회에서 올해 파운드리 시장 매출 증가율을 기존 ‘20%’에서 ‘10% 중후반’으로 낮춰 잡은 것도 투심 냉각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TSMC는 메모리를 제외한 전체 반도체 성장률도 10%로 고쳐 잡았다.

여기에 AI 서버 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도 우려를 더했다. 엔비디아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받아 서버컴퓨터를 만드는 슈퍼마이크로가 잠정 실적 발표를 미루면서 이 회사 주가가 23% 폭락했고 엔비디아까지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중동 리스크 등 대외적 요소를 비롯해 AI 인기에 따른 주가 과열이 정점에 달하면서 차익 실현 매물들이 출회하는 등 투심 변화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엔비디아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주가가 무려 98% 올랐다. 결국 단기간 폭등의 부담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근 고물가, 고금리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회의론이 부각되면서 큰 폭의 조정으로 이어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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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 전자·20만 닉스도 멀어지나

‘갓비디아’로 불리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 만에 10% 급락하면서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의 조정도 불가피해졌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시 33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000원(2.58%) 내린 7만5,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0.26% 하락 출발했으나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하락폭은 더 크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깜짝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2.89% 내린 16만8,300원을 나타내면서 ’17만 닉스’마저 무너졌다. 두 종목은 이날 코스피가 기관 매수세로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그동안 AI 반도체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 속에서도 반도체 시장의 회복세를 이끌어 왔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올 1분기 AI 반도체 효과로 뚜렷한 실적 회복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AI 반도체까지 다시 침체에 빠질 경우 업황 회복마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속 상승세를 보였던 D램 가격은 현재 숨고르기에 돌입한 상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의하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3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월 가격(1.80 달러)을 유지하며 보합세를 나타냈다. 4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보이다 멈춘 것이다.

파운드리 시장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공급 과잉 우려로 인해 반도체 업계의 투자 심리까지 위축된 영향이다. 반도체 장비 분야도 심상치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TOP 5’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의 총 매출은 전년 대비 1% 감소한 935억 달러(약 129조원)에 그쳤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세 △거시경제 둔화 △재고 조정 △스마트폰 및 PC의 수요 감소 등이 매출 하락을 부추긴 것이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낸드플래시 가격은 올해 2분기에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갈 전망이다. 대만 시장조사기업 트렌드포스에 의하면 올해 1분기 낸드 평균판매단가(ASP)가 전 분기 대비 23∼28% 오른 데 이어 2분기에는 13∼18%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 종류별 가격 상승률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20∼25%, 내장형 멀티미디어카드(eMMC)·범용 플래시 저장장치(UFC)·소비자용 SSD 각 10∼15%, 3D 낸드 웨이퍼 5∼10% 등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IT 수요 위축 여파로 2년 이상 하락하다가 지난해 4분기부터 오름세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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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향방, ‘매그니피센트7’ 실적에 달렸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내달 22일로 예정된 엔비디아의 올 1분기 실적 발표에 집중하고 있다. 엔비디아 실적이 전 세계 반도체 주가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특히 미 월스트리트에선 중장기적으로 여전히 낙관론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60명의 월가 분석가가 내놓은 엔비디아 목표주가의 컨센서스는 989.01%에 이른다. 엔비디아는 전년도 4분기까지 6분기 연속 시장 컨센서스를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주가 급등을 이뤘다.

이번 주 예고된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공개가 주가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은 우선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의 실적 발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M7은 시장 지배적인 7개의 테크 기업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구글) △아마존 △메타플랫폼 △테슬라를 일컫는다. 이번 주 미국에서는 오는 22일 버라이즌, 23일 테슬라, 24일 메타, IBM, 25일 알파벳, MS, 인텔 등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국내에서는 오는 25일 SK하이닉스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콘퍼런스콜을 진행한다.

특히 최근 AI를 둘러싼 투자 심리가 빠르게 식으며 변동성을 키웠다는 점에서 ‘AI 간판 기업’으로 꼽히는 MS와 알파벳 등의 실적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AI 시장은 MS가 최대 주주인 오픈AI와 챗GPT가 주도하는 가운데 구글의 제미나이 서비스가 뒤를 쫓고 있고 메타도 AI 분야에 투자를 대폭 늘리며 추격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세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컨센서스 웃돌 경우 AI 반도체 수요도 되살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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