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택시로 혁신 내걸었지만, 월가서 테슬라 판매 전망치 하향 잇따라

제프리스·파이퍼샌들러, 올해 판매 전망치 하향조정
테슬라 강세론자 마저 "주가 40% 이상 폭락할 수도"
테슬라 고군분투에도 시장은 "수익성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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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테슬라

월가 투자회사들이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인도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조정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로보택시(무인택시) 공개 일정을 발표한 후 이틀 연속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으나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월가 주요 IB들, 테슬라 투자의견 하향조정

10일(이하 현지시간) 제프리스와 파이퍼샌들러 등 주요 월가 투자은행(IB)은 올해 테슬라의 차량 인도량이 지난해 수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하면서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했다. 제프리스의 필립 후쇼아 애널리스트는 올해 테슬라의 인도량이 지난해(181만 대) 대비 3% 감소한 177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를 종전 185달러에서 165달러로 하향조정했다.

제프리스는 테슬라의 1분기 현금 소진이 ‘매우 부정적’이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올해 테슬라의 순영업이익(EBIT)과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 대비 30% 낮춘 각각 65억 달러와 1.87달러로 제시했다. 또 매출 전망치는 약 15% 하향조정했다. 후쇼아 애널리스트는 오는 23일 테슬라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제품 우선순위와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포함해 1분기에 더 많은 극적인 사건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후쇼아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능력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오는 8월 8일 로보택시 공개가 투자자 심리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 가능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과 투자에 대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이퍼샌들러의 알렉산더 포터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225달러에서 205달러로 낮췄다. 그는 올해 테슬라 차량 인도량이 0.5% 감소한 179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터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빠른 해결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날 로버트 W. 베어드의 벤 칼로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2분기 인도량이 1년 전에 비해 4.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수요 환경이 악화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머스크가 최근 컨퍼런스 콜에서 고금리 환경에서 판매량을 늘리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해 왔고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이러한 상황이 역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올해 인도량은 184만 대로 지난해 대비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올해 테슬라 인도량에 대한 월가 컨센서스는 194만 대다. 그러나 테슬라의 1분기 인도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에 추가 하향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올해 테슬라 EPS에 대한 월가 컨센서스는 지난해 대비 약 13% 낮은 2.71달러다.

월가의 EPS 전망치는 지난해 말 이후 29% 낮아졌다. 2025년 EPS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3.72달러로 이 또한 지난해 말의 5.29달러에서 크게 하향됐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5일 머스크가 로보택시를 8월 8일에 공개한다고 밝힌 뒤 2거래일 연속 7.3% 상승했다. 그러나 이날은 인도량과 목표주가 하향조정 여파로 2.89% 하락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9%의 하락폭을 기록 중이다.

테슬라 강세론자도 주가 폭락 가능성 경고

월가의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도 테슬라 주가의 폭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히 테슬라가 본업에서 부진한 현재 시점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에도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까지 내놨다. 모건스탠리의 아담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지난 4일(현지시간) “테슬라의 ‘100달러’ 약세 시나리오가 발동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본업인 차량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AI 훈풍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핵심 사업 부문인 자동차 부문의 순익 전망이 낮춰지기 전까지 테슬라는 AI 회사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며 “실적 하향 조정의 과정은 수 분기가 걸릴 수 있으며, 이 기간에 주가가 100달러로 급락하는 ‘약세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테슬라의 주가가 100달러로 떨어질 경우 이는 현 레벨에서 주가가 40% 이상 폭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그간 테슬라에 대해 강세론적인 입장을 펼쳐온 인물이다. 특히 조나스는 월가에서 가장 먼저 테슬라에 대한 ‘AI 플레이(AI play)’를 주장해 왔다. 그는 테슬라는 단순히 자동차 회사가 아닌 AI 기업이라면서 테슬라의 자율주행과 테슬라 차량이 가져올 수 있는 무인 택시 네트워크 등을 높이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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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테슬라

‘로보택시’ 승부수에도 시장 반응 미적지근

실제로 머스크 CEO가 AI와 로보택시 등 테슬라의 혁신을 드러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시장 반응은 미적지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는 지난 5일 자신의 X에 “8월 8일에 로보택시를 공개할 것”이라고 올린 바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머스크의 로보택시 공개에 대한 트윗은 지난 주말 테슬라가 염가 EV(전기차)를 개발할 계획을 철회할 것이라는 로이터의 보도를 ‘거짓말’이라고 부인한 와중에 나온 것이다. 해당 발언의 효과로 당시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4.5% 넘게 올랐지만 결국 정규 거래에서는 3.63% 하락으로 마감했다. 8일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4.9% 오른 채로 마감했으나 올해 폭락한 주가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로보택시는 테슬라가 추진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능의 총 집합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로보택시가 테슬라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 줄 잠재적 원천이라고 여러 번 말해왔다. 머스크는 테슬라 로보택시 개발에 대한 논의를 지난 2011년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14년 만에 드디어 로보택시가 등장하는 셈인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이같은 일정에 확신을 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사이버트럭을 비롯해 테슬라의 주요 모델이 처음 등장할 때는 기존에도 머스크가 공언했던 날짜를 지키지 못한 경우가 여럿 있어, 이번에도 실제 출시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미 사용 가능한 기본 기술 중 일부는 최근 몇 달 동안 고속도로 안전 규제 기관 및 기타 기관으로부터 조사와 비판을 받아왔으며 실제 가시적인 수익이 얼마나 날 것인지도 미지수다. 로이터통신은 테슬라의 자율 주행 기술이 아직 완전치 못해 테슬라가 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저가 차 대신 자율주행에 올인하는 테슬라의 전략은 잘못된 베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머스크와 가까운 투자자들이 머스크가 지난해 7월 설립한 AI 스타트업인 xAI에 30억 달러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xAI에 대해서도 다른 유력 기술 기업들에 비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30억 달러, AI 신흥 강자로 떠오른 앤트로픽은 최근 아마존으로부터 60억 달러 투자를 이미 받았는데, 후발주자인 xAI가 30억 달러 자금을 받는다 해도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는 설명이다.

포천지 등은 이러한 승부수에도 불구하고 성장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할 경우 테슬라 주가가 훨씬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터트렉 리서치의 공동 설립자인 니콜라스 콜라스는 “테슬라의 다음 성장 구간이 전기차든 다른 프로젝트든 어디가 될지에 대한 가시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누렸던 프리미엄을 가지려면 “수익 가시성이 뛰어나거나 미래에 어디서 수익이 날지 관련해 환상적인 스토리를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테슬라는 현재로서는 둘 다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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