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내벤처는 왜 등장했는가 ② – 대기업의 ‘핵심경직성’과 혁신 니즈

대기업의 풍부한 자원과 사업환경 성공신화 경험으로부터의 ‘경로 의존성’ ‘핵심경직성’ 탈피해야 사내벤처로 혁신성과

준비된 환경을 이용해 신사업 성공률 상승

사내벤처의 도입배경으로 꼽히는 또 다른 요인은 대기업의 풍부한 자원과 사업환경이다. 대기업이라는 안전장치가 확보된 상태에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볼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모여 혁신을 낳고, 이는 기업의 새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내부 인력으로 구성된 사내벤처가 독립하더라도 모기업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함으로써 외부 조력이 가능한 존재가 생기는 셈이다.

대기업은 많은 계열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신사업을 통한 제품,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다양한 판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내벤처의 경우, 모기업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다. 기술 지원 및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실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추가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어떤 회사들의 경우에는 사내벤처 직원들 월급도 초기에는 모기업에서 원조해주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개척해나가는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은 그러한 새로운 시도를 실현하는 데 있어 여러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업에 실패할 리스크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원이 부족하고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리스크와 변수는 더 크게 다가온다. 대기업 사내벤처는 그러한 리스크와 변수를 최소화하면서도 전문적으로 신사업을 개척할 수 있게 한다.

경로 의존성의 함정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기업이 변화를 추구하고 실현하는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기업의 역사가 길고,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사업모델 운용 경험이 많을수록, 그 기업은 ‘경로 의존성’이라는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경로 의존성이란 현재의 경로가 미래의 의사결정 방향을 제한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 의존하고 있는 주요 전략이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성공한 대기업은 과거로부터 축적해온 ‘핵심역량’을 필사적으로 보호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실 기업으로서 합리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성공한 기업은 고객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제품을 잘 이해하고 이를 공급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구축했기 때문에 성공신화를 쌓아 온 것이다. 따라서, 고객이 원했고 현재도 원하고 있는 핵심역량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고객이 원한다는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분야는 과감하게 정리하는 것이 매우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전략적 선택이다.

다만, 이러한 핵심역량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언제든지 ‘핵심경직성’으로 변환되어 기업의 신사업전략에 중대한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 후반까지 5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호령했던 노키아의 경우, 애플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문을 열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스마트폰에 필요한 핵심기술과 특허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었다. 만약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 전략적 선택만 했다면,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의 지형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의 모습을 보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10여 년 동안 기존 피처폰의 성공에 매몰되어 있던 노키아의 경영진은 스마트폰 제품의 출시를 미뤘고 시장의 흐름을 놓쳐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됐다. 디지털카메라의 원형기술을 이미 1970년대에 개발해 놓았던 코닥 역시 기존의 필름 기반 사업에 매몰되었던 나머지 파산의 길을 걷고 말았다. 노키아와 코닥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기존의 성공적인 기업들은 경로 의존성의 함정에 빠져 새로운 기회를 찾기도 힘들고, 설사 찾았다 해도 적시에 전략적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의 기업이 경로 의존성의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이유는 를 살펴보면, 우선 조직 내에 각 부분에서 기존업무에 관련된 관성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기업 내 직원들은 익숙하게 해오던 업무 및 프로세스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요구하는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조직 내부에 존재하는 신사업에 대한 다양한 제약과 견제다. 신사업의 경우 성공률 자체가 낮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많은 자원이 소요될 수 있는데, 이는 현재 수익을 가져다주는 사업부로서는 본인들의 자원 투입과 위험 감수로부터 얻은 이익을 분배하여 조직 내에서 미래의 경쟁자를 키우는 것으로 비추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신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는 조직 내에서 보이지 않는 다양한 견제와 심지어 방해를 받기도 한다. 셋째는 신사업 추진의 위험과 불확실성 그 자체이다.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이를 구체화해서 시장으로 연결하는 과정은 대부분 많은 위험과 불확실성을 동반하기 때문에, 사업 초반에는 새로운 방향을 추구하다가 결과적으로 기존의 사업을 부분적으로 개량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경로 의존성과 조직 내 관성을 체계적이고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기업은 여타 기업의 추종을 불허하는 혁신성과를 바탕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둘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성공적인 기업, 특히 과거에 기업을 업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이끌어 준 성공방정식이 많이 존재하는 기업일수록 경로 의존성의 함정에 빠질 확률이 높으므로, 이를 경계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사내벤처는 이러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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