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 ‘원게임 리스크’에 발목 잡힌 시프트업, 중소 개발사 IPO 징크스 극복할 수 있을까?

'시프트업' 지난해 흑자전환 성공, 모바일 게임 이어 콘솔 게임으로 승부수
'원게임 리스크'에 여전히 발목 잡혀 있는 상태, 신작 흥행은 IPO에 필수
국내 주요 게임사들 대부분 원게임 리스크 극복 못하고 주가 하락세

게임 개발사 시프트업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호실적을 발표하며 기업공개(IPO) 흥행을 정조준한다. 게임 하나에 대부분의 매출을 거두는 ‘원게임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을지가 성공적인 증시 입성의 최대 과제로 꼽힌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프트업은 지난해 매출 1,686억원, 영업이익 1,111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전년 대비 매출은 155%, 영업이익은 508% 증가했다. 앞서 시프트업 지난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1,067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누적 매출액은 1조원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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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여신:니케 1주년 기념 포스터/사진=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 흥행에 글로벌 누적 매출 1조원 달성

호실적의 일등 공신은 모바일게임 ‘승리의 여신:니케(이하 니케)’다. 2022년 11월 출시한 뒤 국내뿐 아니라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며 올해 초 게임 업계에서 소위 ‘대박 게임’의 기준점으로 삼는 글로벌 누적 매출 1조원을 넘겼다. IB 업계 관계자는 “니케가 흥행이 이어진 만큼 시프트업의 호실적은 예견됐던 것”이라며 “이제 남은 건 게임 하나에 매출이 좌지우지되는 원게임 리스크를 뛰어넘는 일”이라고 말했다. 시프트업은 앞서 2016년 모바일게임 ‘데스티니차일드’를 흥행시킨 경험이 있다. 다만 데스티니차일드 인기가 사그라지면서 2019년부터 적자로 전환했다. 현재는 사실상 니케 단일 게임에 기댄 수익 구조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97%가 니케 관련 매출로 추정됐다.

지난 2021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크래프톤의 경우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인기작을 개발하지 못했다. 당시 공모가 49만8,000원에 상장했지만, 현재 주가는 25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후속작의 흥행이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게임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0배 수준으로, 시프트업의 지난해 순이익을 감안하면 예상 기업가치는 약 2조원으로 추산된다. 회사 측의 희망 기업가치는 약 3조원으로 알려졌다. 시프트업도 상장 일정에 맞춰 신작을 준비했다. 지난달 말 공개한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예약 구매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며 첫 단추를 잘 끼웠단 평가가 나온다. 공식 출시는 이달 말이다.

이는 모바일 게임에 갇히지 않고 콘솔 게임으로 영역을 넓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한 도전으로 풀이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모바일게임 시장은 0.5% 줄어들며 정체기를 맞이했으나, 콘솔 게임 시장은 같은 해 2.6% 커지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국내 게임개발사가 개발한 콘솔 게임이 글로벌에서 흥행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콘솔 게임 영역에서도 국내 게임업체의 경쟁력이 증명되고 있다”며 “초반 성적에 따라 시프트업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되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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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베가스 포스터/사진=베이글코드

‘원게임 리스크’ 풀어내야 상장 성공할 것 전망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신작 성공 없이 IPO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낮다. 그간 원게임 리스크를 안고 상장했던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거나 게임 인기 하락으로 상장 폐지를 겪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2014년 ‘아이러브커피’로 흥행에 성공, 이를 토대로 상장에 성공한 파티게임즈의 경우 이후 내놓은 후속작들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투자와 퍼블리싱 등으로 사업 확장을 꾀했지만 결국 2020년 9월 상장이 폐지된 바 있다. ‘킹스레이드’로 코스닥에 입성한 베스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18년 12월 코스닥 입성 이후 이렇다 할 만한 신작을 내놓지 못한 베스파의 매출은 매년 200억원 이상씩 줄어들었고, 2019년부터는 영업수지 적자가 시작됐다. 2021년 전 직원 연봉 인상 및 신작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결국 2022년 2월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했고, 같은 해 6월에는 베스파 직원 전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기까지 했다.

지난 2021년 3월 IPO 추진을 선언했던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 베이글코드는 공동상장 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 대신증권, KB증권을 선정했지만 여전히 상장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베이글코드는 ‘클럽 베가스’로 글로벌 시장에서 연 평균 400%대의 매출 증가세를 일궜고 한때 누적 가입자 1,100만 명, 총 770억원 이상의 누적 투자 유치를 자랑하기도 했으나, 2023년 실적이 나온 2024년 초에도 여전히 상장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지난해 크래프톤이 연간 매출 1조9,106억원, 영업이익 7,680억원, 당기순이익 5,941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여줬음에도 여전히 주가가 상장가인 49만원의 반토막에 불과한 것을 지적한다. ‘배틀그라운드’ 단 하나의 게임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검은사막’에 의존하던 펄어비스는 신작의 장기적인 부재와 더불어 검은사막에서 운영과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가 터지며 삐거덕거리고 있다.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도 쿠키런 IP 기반 작품들의 매출의 하향 안정화로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원게임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상장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시프트업도 상장을 위해서는 신작 게임의 흥행이 연내에 가시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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