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매각 위기 틱톡 “美 30만 개 일자리 위험에 빠트릴 것”

틱톡 CEO "법적 권한 행사 등 가능한 모든 것 할 것"
Z세대 사용자들 "피해 볼 사람 많다" 백악관 시위도
틱톡 빈자리 유사 플랫폼이 메운다? 바이트댄스의 레몬8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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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이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미국에서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하자 추 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내 일자리 수십만 개가 위협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AP통신 등에 따르면 쇼우즈 CEO는 이날 저녁 틱톡 이용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해당 법안이 제정되면 미국에서 틱톡 금지로 이어지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내 사용자만 1억7,000만 명이고, 연간 전 세계 광고 매출이 192억 달러(약 25조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틱톡 사용이 금지될 경우 향후 글로벌 플랫폼 업계에도 지각변동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틱톡 CEO, 영상 메시지 통해 “싸움 멈추지 않겠다”

하원이 통과시킨 ‘틱톡 금지법’은 중국계 기업인 바이트댄스에 틱톡을 강제로 매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미국 내에서 틱톡 애플리케이션(앱) 유통이 금지된다. 이에 추 CEO는 “지난 수년간 틱톡이 이용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우리 플랫폼이 외부 조작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투자해 왔다”며 틱톡 금지법안이 통과되면 소수의 SNS 기업들에 더 큰 힘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러분을 위한 싸움과 지지를 멈추지 않겠다”며 “여러분과 함께 만든 이 놀라운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인 권리 행사를 포함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하원은 이날 안보 우려를 이유로 틱톡을 미국 앱스토어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한 틱톡 금지법안을 찬성 352표, 반대 65표로 통과시켰다. 바이든 행정부는 틱톡 금지법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건 틱톡 금지가 아니다”라며 “자료가 미국에 머무느냐 중국으로 가길 원하느냐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상원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상원 내에서 틱톡 금지법안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데다, 대선 양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재임 중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틱톡 제재를 추진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싫어하는 건 틱톡이 없어져 페이스북이 더 커지는 것”이라며 틱톡 금지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틱톡커들 “틱톡 금지하면 사회적·재정적 타격 클 것”

이번 틱톡 금지법 통과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14일 백악관 앞에서는 틱톡 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에 참여한 로스앤젤레스 출신 티파니 유 장애인 운동가는 BBC와 인터뷰에서 “틱톡은 내 활동에 필수”라고 전했다. 다른 틱톡 사용자 엘리스 조시는 “수천 명의 소규모 사업자가 틱톡을 이용한다”며 “틱톡 금지법으로 피해 볼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약 157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인플루언서 션 발켄버그는 인터뷰에서 “이 플랫폼에 의존하는 일부 사람들이 사회적, 재정적으로 얼마나 큰 타격을 입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들은 청중들에게 무언가를 알리기 위해 틱톡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조시에 따르면 알래스카에서 80억 달러(약 10조6,320억원) 규모의 석유 시추를 진행한다는 프로젝트가 발표됐을 때, 틱톡 덕분에 프로젝트 중단을 촉구하는 110만여 통 이상의 편지가 백악관으로 전달되기도 했다.

당시 조시도 이 계획의 심각한 기후 및 환경 문제 유발 가능성을 알리는 영상을 제작했고, 바이든 정부가 이러한 틱톡 영상들에 영향을 받아 석유 시추 계획을 취소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조시는 “틱톡은 젊은 세대가 서로 조직하고, 자원을 공유하고, 배우고, 행동을 취하는 플랫폼”이라며 이런 중요한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금융 컨설팅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틱톡은 지난해 영세사업자들에게 147억 달러(약 19조4천억원)의 수입을 가져다줬으며,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242억 달러(약 31조9천억원)를 기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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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레몬에이트

경쟁사들, 상당한 반사이익 얻을 수도

반면 일각에서는 틱톡 금지법 통과로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으나, 실제로 틱톡 매각이 이뤄진다면 메타·구글·아마존 등 플랫폼 경쟁사들이 상당한 이득을 볼 것이란 것이다. 그동안 틱톡은 메타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 이용·광고 수익을 놓고 경쟁해 왔다. 경쟁 플랫폼이 틱톡 크리에이터와 독자·광고주를 넘겨받으면서 상당한 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틱톡의 동영상 공유 서비스는 메타의 인스타그램이 제공하는 ‘릴스’와 구글의 유튜브 서비스 ‘쇼츠’가 대체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 전문매체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는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가 틱톡 이용자들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용자들과 광고주들은 릴스에 더 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대체 플랫폼으로 알려진 ‘레몬에이트(레몬8)’ 띄우기를 통해 틱톡의 빈자리를 메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바이트댄스의 새로운 SNS 앱인 레몬에이트는 지난해 3월 말부터 미국 애플 앱스토어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순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이 앱은 2020년 일본에서 처음 출시된 것으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서 주로 이용됐으나, 바이트댄스는 돌연 지난해 2월 레몬에이트를 미국과 영국에서 공개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부 유명 인플루언서들은 바이트댄스가 제시한 콘텐츠 게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콘텐츠를 올리고 레몬에이트로부터 보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바이트댄스는 레몬에이트 크리에이터 육성을 위해 뉴욕에서 근무할 임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바이트댄스가 레몬에이트의 미국 프로모션에 주력하던 시점은 미국 정부와 틱톡 사이에 긴장이 고조된 시기와 공교롭게도 정확히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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