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요계 덮친 ‘표절’ 의혹…표절 잡아내는 기술 없나

해묵은 이슈, 표절과 저작권 국내외 스타트업들이 내놓은 관련 서비스 근절을 위한 업계의 자성 필요

사진=pikisuperstar on Freepik

가요계가 표절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당초 표절 의혹의 대상이 된 곡 및 아티스트 외에도 연쇄적으로 유사성 지적이 일면서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다수의 곡이 네티즌들의 검증대에 오르며 의혹 제기, 부인, 반감 여론의 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대부분 이렇다 할 명확한 결론 없이 부유하고 있다. 가요계 표절 의혹,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가요계에 불어닥친 연이은 표절 의혹 

앞서, 유희열은 모 브랜드와 협업한 ‘생활음악’ 프로젝트를 통해 발표한 ‘아주 사적인 밤’으로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곡이 일본 영화음악 거장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유희열은 곡의 메인 테마가 충분히 유사하다는 데에 동의한다며 사과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저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사카모토 류이치가 유희열에 대해 “법적 조치가 필요한 수준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면서 해당 건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온라인에 유희열이 작곡한 다른 노래들에 대한 표절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성시경이 부른 ‘해피 버스데이 투 유’가 일본 록밴드 ‘안전지대’ 출신 다마키 고지의 ‘해피버스데이 아이가 우마레타’의 멜로디·가사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또 MBC TV 예능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2013)에서 공개한 ‘플리스 돈트 고 마이 걸’이 미국 R&B 그룹 ‘퍼블릭 어나운스먼트’의 ‘보디 범핀’의 흐름과 비슷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심지어 두 곡의 안무가 유사하다는 의견도 나온 상황이다. 이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자 오랜 기간 MC를 맡은 KBS 2TV 음악 프로그램 ‘스케치북’에서 지난 19일 600회 녹화를 끝으로 하차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하차 발표와 함께 내놓은 입장은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유희열은 “그동안 쏟아졌던 수많은 상황을 보며 내 자신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지난 시간을 부정당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상실감이 얼마나 크실지 감히 헤아리지 못할 정도”라면서도 “지금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올라오는 상당수의 의혹은 각자의 견해이고 해석일 순 있으나 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든 부분들”이라고 말했다.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인 유희열이 표절 의혹으로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린 데 이어 이적도 같은 의혹에 휩싸였다. 2013년 발표한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 브라질 가수 라이문도 파그네르의 ‘루비 그레나(Rubi Grena)’와 유사하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 하지만 이적 소속사는 “표절이 아니다. 이 의혹에 대해서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이무진 역시 대표곡 ‘신호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곡이 일본 가수 세카이노 오와리가 2015년 발매한 ‘드래곤 나이트(Dragon night)’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온라인상에 퍼진 것이다. ‘드래곤 나이트’ 외에 일본 밴드 ‘데파페코’가 2018년 ‘드래곤 나이트’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커버한 곡과 흡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소속사는 즉각 의혹을 부인했다. 이무진 소속사는 “‘신호등’은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겪은 감정을 토대로 만들어진 창작물이며 전체적인 곡의 구성과 멜로디, 코드 진행 등을 분석한 결과 유사 의혹이 제기된 곡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린다”면서 “당사는 아티스트의 많은 고민과 노력으로 탄생한 음악에 의혹이 제기돼 매우 유감스러운 마음”이라고 추측 보도 자제를 당부했다.

표절 문제는 시시비비를 판가름할 ‘정량적 기준’이 없어 원작자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2소절(8마디)이 같으면 표절’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이는 1990년대 후반 공연법이 개정되면서 사라진 지 오래다. 해당 기준법은 ‘그럼 8마디만 피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이른바 ‘편법’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했다.

결국 ‘8마디 기준’마저 사라지면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소송만이 유일한 방법이 됐다. 즉, 표절 피해를 본 작곡가가 직접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 표절이냐, 아니냐를 법적으로 가려야 하는 것이다.

법원은 원곡의 창의성, 곡의 상업적 이용 및 실질적 유사성 등을 따지는데, 다소 추상적인 기준인 탓에 쉽게 결론을 예측하기 어렵다. 소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다는 점도 법적 판단을 피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이에 시비가 붙더라도 대부분 원작자와 합의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도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다양한 곡들의 유사성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해외의 여러 음악을 접할 루트가 다양해지고, 온라인을 통해 이를 공유하기 쉬운 환경이 되면서 대중의 검증 폭 또한 넓어졌다. 특히 지금은 음악 팬들 역시 한껏 민감해진 상태라 어느 정도의 유사한 흐름만 포착돼도 표절 의혹으로 연결되고 있다.

물론 “비슷하게 들리니까”라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의혹을 제기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반대로 이런 대중의 반응을 과도한 것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가수 및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어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스포티파이, 표절 잡아내는 AI

사진=스포티파이

이러한 논란들을 어느 정도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AI로 표절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영국 음악전문매체 뮤직비즈니스월드와이드(MBW)는 스포티파이가 사전에 표절을 확인할 수 있는 AI 특허를 유럽에 출원했다고 2020년에 보도했다.

스포티파이의 표절 방지 기술은 멜로디와 코드가 적힌 악보인 ‘리드 시트’를 바탕으로 표절 여부를 판별한다. 표절 여부를 확인하고 싶은 리드 시트와 데이터베이스에 담긴 노래들의 시트를 비교한다.

코드 순서, 멜로디 일부분, 화음 등 노래 요소가 스크린에 나타나며 AI 소프트웨어(SW)는 검사한 곡이 다른 노래와 얼마나 비슷한지 ‘유사 값’을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

이 기술은 노래에 표절 요소가 전혀 없다는 것을 나타낼 때도 도움이 된다. 이 AI SW의 가장 큰 장점은 큰 비용이 들어가는 최종 녹음 작업 전에 노래에 표절 요소가 있는지 작사가와 작곡가가 사전에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포티파이는 자사의 AI SW를 통해 표절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을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로 직관적이고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절된 곡 올릴 수 없는 셀바이뮤직

사진=셀바이뮤직

이번 표절 사건으로 덩달아 관심이 몰리게 된 것이 저작권이다. 셀바이뮤직은 이러한 저작권이 해결된 배경음악 거래 플랫폼이다. 뮤직플랫(대표 성하묵)은 지난해 셀바이뮤직이 이용자 1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셀바이뮤직에서 거래되는 모든 음악은 저작권이 해결된 음악이다. 뮤직플랫이 셀바이뮤직에 등록된 모든 음악에 대해 음악 공급자인 작곡가, 뮤지션과 곡 당 저작권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저작권이 불분명한 곡은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음악 소비자인 유튜버와 크리에이터는 저작권이 확보된 음악을 안심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 자칫 저작권이 해결되지 않은 음악을 사용해서 생기는 법적인 문제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셀바이뮤직에 등록된 곡을 표절할 수도 없다. 유튜브에 곡을 업로드할 경우 Content ID 기술(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는 콘텐츠를 자동으로 식별하는 기술, CID)을 통해 새로 업로드된 음악이 기존의 저작물과 일치하는가 여부를 자동으로 검사해주기 때문이다. 사전에 철저한 검증을 통해 문제없는 음악만 셀바이뮤직에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위의 사례들처럼 국내외에서 표절을 걸러내거나 저작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개발되고 있는 프로그램과 서비스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묵은, 그러나 근절되지 않는 표절과 저작권 이슈에 대해 업계와 관계자들의 자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정부 역시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관련 정책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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