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너도나도 뛰어드는 라이브 커머스, 성공이 쉽지 않은 이유 ②

브랜드 애그리게이터의 출현 라이브 커머스의 성공 모델, 스라시오 갈수록 커지는 라이브 커머스 시장, 생존 전략 짤 짜야

사진=Freepik

스라시오, 아마존의 대표적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스라시오 모델’을 도입한 기업들이 생겨났다. 스라시오(THRASIO)는 2018년 설립된 미국의 스타트업으로 미국의 대표적인 거대 이커머스 아마존에 입점해있던 소규모 셀러들을 인수해 짧은 기간 200여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달성하면서 창업 2년 만에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소매부분 최고의 중소기업 1위에 선정되는 등 대표적인 ‘아마존 애그리게이터(Aggregator, 여러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모아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회사 또는 사이트)’로 알려지며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로서 여러 미디어 커머스 회사들의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스라시오 모델’을 벤치마킹한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온라인 광고대행업으로 출발한 에코마케팅은 2017년 마사지기 ‘클럭’으로 유명한 데일리앤코에 이어 지난해에는 레깅스 전문 의류회사 안다르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라이프 스타일 웨어 업체인 그리티의 일부 지분도 취득했다. 자체적인 광고 지표의 관리 능력을 토대로 해당 브랜드 성장을 끌어내겠다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밖에도 몇몇 미디어 커머스 회사들이 브랜드 에그리게이터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지만, 대부분 ‘지속 가능성’에 좌절하고 말았다. SNS 광고 등으로 초반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뒤이어 비슷한 마케팅 방식을 차용한 업체가 늘어나 더 이상 차별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고 아이디어에 치중한 매출 증대 방식 특성상 진입 장벽이 낮다 보니 광고비 ‘출혈경쟁’도 심해졌다. 또한, 제품 기술보다는 마케팅에 의존하는 구조로 본업인 브랜드 관리에 소홀하게 된 면도 큰 원인이었다.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는 모두 성공하나 

한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 커머스 산업은 전처럼 광고 효과로 매출이 즉각적으로 오르길 기대하는 시기는 지났고, 지속적인 투자유치도 힘든 상황”이라며 “자금경색 현상에까지 직면하며 굉장히 ‘피곤한’ 비즈니스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로 전환을 시도해도 ‘VC 혹한기’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크고 작은 브랜드를 인수하는데 계속 비용을 투입해야 하지만, 투자유치의 길이 좁아진 상황이라 애초부터 지속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스라시오만 해도 최근 부침이 심하다.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에 실패하며 직원 약 20%를 감축했고, 비용을 절감하려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취소하기도 했다. 국내서도 비슷한 전례가 있다. 2012년 설립된 옐로모바일은 다수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빠르게 덩치를 키웠지만, 계열사 관리에 실패하며 과거의 명성을 잃었다. 몇몇 계열사가 부도를 내며 ‘비용관리’ 문제에 직면한 점이 컸다.

브랜드 애그리게이터 사업 특성상 ‘아직 뜨지 않은’ 잠재성 있는 브랜드를 선별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스타트업 중 이러한 안목을 갖춘 곳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년간 쌓아온 광고 지표 관리 능력 및 마케팅 성공 사례 등이 기반돼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성과 없이 비용만 탕진할 수 있다. 또 다른 벤처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몇몇 미디어 커머스 회사들은 아직 내부적인 브랜드 마케팅 성공 모델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소위 ‘있어 보이는’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를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라며 “단번에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 혹해 준비 없이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또 다른 예로 틱톡은 라이브 커머스가 중국에서 100억 개 상품을 판매하는 등 수익성이 검증됐다고 판단하고 유럽과 미국 진출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영국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 지역에서도 전자상거래 기능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틱톡의 북미/유럽 진출 계획은 올해 상반기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운영하고 내년 하반기 미국으로까지 시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라이브 커머스 북미/유럽 진출 계획은 영국에서 예상치 못한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보도에 따르면, 틱톡이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사업 초기에 힘을 실었음에도 영국 내 판매가 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T 전문 매체 <더 버지>는 영국 라이브 커머스에서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초기 틱톡 샵 프로젝트에 참여한 몇몇 크리에이터들도 판매를 포기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현재 틱톡은 독일 등 타 국가 진출보다 영국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 직원들은 “일반 소비자 인식과 채택이 아직 낮다.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틱톡 라이브 커머스가 영국 시장에서 겪은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부진한 매출로 인플루언서가 이탈하고 영국 직원들이 틱톡의 공격적인 일 문화에 비판을 제기하면서 틱톡의 영국 라이브 커머스 팀에서는 팀원이 대거 이탈하는 엑소더스가 일어나기까지 했다.

또한, 영국은 중국에 대한 불신감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영국 의회는 중국 정부에 데이터가 넘어갈 것을 우려해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계정을 닫았다. 영국 일부 상하원 의원들은 틱톡 측에서 데이터가 중국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지 않는 한 계정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소리를 높인 의원들은 이언 던컨 스미스 전 보수당 대표와 톰 투겐드하트 하원 외교위원장 등 중국 신장 인권 문제를 지적하다가 지난해 중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인사들이다. 이들은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틱톡 계정 개설 결정에 놀라고 실망했으며, 틱톡과 관련된 데이터 보안 위험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기업이 라이브 커머스에 진입해 비지니스를 성공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건을 갖춰야 하고 여러 위험 요소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의 라이브 커머스에 대한 의존도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업들은 라이브 커머스의 생존 공식을 면밀히 따져 비지니스 성공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준비한 후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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