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철회 페널티 완화에 수시출자 규모 상승 기대 ↑, 정작 시장선 “구조적 문제 먼저 해결해야”

페널티 완화에 활성책까지, 모태펀드 출자 비중 늘 수 있을까
업계선 우려 목소리, "척박한 투자환경에 '역효과'날 수도"
관찰자형 투자 만연한 민관, 쇠퇴하는 VC 업계 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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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모태펀드 출자사업의 수시출자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단 전망이 업계에서 힘을 얻고 있다. 시장 위축을 의식한 한국벤처투자가 지난해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모태펀드 출자사업 자진철회 페널티를 올해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선 불안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합 결성 후 자진철회가 보다 자유로워진 만큼 GP(위탁운용사) 반납 사례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단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 자금 의존도가 높은 국내 VC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속속 쏟아진다.

모태펀드 수시출자사업 자금 75.5% 감소, “철회 페널티 완화하겠다”

12일 VC 업계에 따르면 한국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가 지난해 회사의 ‘중기부 소관 모태펀드 수시출자사업’ 명목으로 출자한 자금은 500억원으로 전년(2,037억원) 대비 75.5% 감소했다. 2022년 세 차례, 13개 분야에 대해 진행한 수시출자사업이 지난해 두 차례, 2개 분야로 대폭 줄기도 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VC들이 결성을 철회하고 모태펀드 자금을 돌려주는 일이 많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투자조합 결성 실패에 대한 GP의 책임을 확대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1차 정시출자사업 공고 당시 한국벤처투자는 GP 선정 뒤 조합 결성에 실패할 경우 연장 기한에 따라 최대 1년 동안 출자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결성시한 연장 없이 조합 결성을 자진철회할 경우 6개월 참여 제한, 결성시한 연장 후 철회한 경우 연장 시한일로부터 1년 참여 제한 등이다.

이에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해당 규정에 기한 내 자진철회 등으로 조합 결성에 실패할 경우 출자사업 참여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항목을 추가했다. 3월 31일 GP로 선정됐다면 6월 30일 전까지 조합 결성을 자진철회할 경우 제재를 적용하지 않겠단 것이다.

중기부 차원의 모태펀드 활성책도 쏟아졌다. 먼저 신생 GP의 등용문인 ‘루키리그’를 확대한다. 전체 예산의 10~15%를 루키리그 출자금으로 배정하고, 출자계획을 거꾸로 제안받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대략 1,000억원 안팎의 출자금을 내려주겠단 것이다.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도 도모한다. 전체 벤처투자 시장 규모에 비해 세컨더리 시장 규모가 작아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모태펀드 관리 규정도 손본다. 팬데믹 시기 일부 개정했던 규정들을 ‘국제 기준(글로벌 스탠다드)’으로 원상복구한다는 게 골자로, 관리보수 지급 기준이 이전처럼 펀드 약정총액의 보수율을 곱해 관리보수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돌아온다. 투자 잔액에 따라 관리보수를 책정하는 인센티브 제도는 철폐한다. 이외에도△사후관리위원회 구축 △청산 기한 연장 △손상차손 가이드라인 보완 등도 계획돼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이 같은 규제 완화 및 활성책 도입에 따라 VC 투자조합 결성이 앞으로 더욱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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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촉진 기대감 높지만, 일각선 “오히려 GP 반납 늘 수도”

다만 업계에선 불안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조합 결성 후 자진철회가 보다 자유로워진 만큼 GP 반납 사례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란 우려다. 국내 자본시장의 조달금리가 과거 대비 오르는 등 투자환경이 척박해진 탓에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VC 업계 전반이 쇠퇴하는 와중 일부 규제 완화 등 정책이 큰 효용을 보긴 어려우리란 시각이다.

국내 투자 환경이 악화했음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스타트업 투자 흐름을 통해서도 알아볼 수 있다. 그간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들어선 스타트업 투자를 급격히 줄였다. 네이버의 지난해 사업보고서 중 타법인 출자현황에 따르면 네이버가 지난해 투자한 기업은 △딥오토(5억원) △씨씨케이솔루션(5억원) △큐빅(4억원) △무빈(2억원) △오드아이(2억원) 등 총 5곳이었다.

2022년 29곳이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24곳(83%)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2022년엔 1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인수를 수차례 단행한 데 반해 지난해엔 10억원 미만의 투자만 진행했다. 카카오의 전문 VC 카카오벤처스는 지난해 총 12곳에 투자를 단행했는데, 이는 2022년 42곳에 비해 무려 71% 줄어든 수치다.

이들 기업의 투자 축소는 결국 경기침체 상황에서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 자체가 줄었음을 방증한다. 실제 카카오 관계자도 “투자 건수를 줄이겠다는 기조는 한 번도 없었지만, 2022년부터 이어진 투자 혹한기로 창업 자체에 대한 모수가 줄어드는 등 투자 환경이 변해서 투자가 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도 “거시경제 상황상 좋은 스타트업 찾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 자금 의존도 높은 한국, 민간에도 ‘보수성’ 옮았다

한편으론 한국 모태펀드의 보수적 투자 속성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모태펀드의 자금줄을 정부가 쥐고 있는 만큼 신생 VC 외면으로 대표되는 특유의 보수성이 뿜어져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란 것이다. 특히 정부 자금의 경우 특정 산업을 키운다는 등의 정책적 목적이 부합하는 소규모 출자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근본적 원인은 국민 세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부담 의식이다. 먼 미래를 본다면 당장 수익이 나오지 않더라도 성장성이 보이는 신생 VC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당장 세금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정부는 눈앞의 이익을 좇는 데만 바빠진다는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민간에서도 소액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가 예상되는, 당연히 수익이 날 법한 후기 단계 기업에 투자한 후 수익을 거두는 식의 ‘관찰자형 투자’가 관행처럼 굳어졌다. 이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GP 선정 사업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수익률 방어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쉬운 투자 혹은 소규모 투자로 손실을 최소화하다 보니 성과보수보단 관리보수 늘리는 데 집중하게 됐다”며 “펀드를 늘리기 위해 정부 입맛에 맞는 투자에만 집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VC 업계 전반을 관통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투자금 확대를 위한 정책에만 매몰된다면 VC 생태계는 더욱 몰락하기만 할 거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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