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영향력 키워가는 C커머스, ‘최후 저지선’ 쿠팡은 수익성 한계 부딪혀

중국 이커머스 지난해 10월 결제액 138% 급증해
올해만 국내에 1조5,000억원 투자하겠다는 알리익스프레스
3년간 3조원 투자로 맞불 놓은 쿠팡, 수익성 문제는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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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이하 C커머스)’ 업체들의 매출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저가 상품, 무료 배송·반품 등 파격적인 혜택을 앞세워 국내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C커머스의 ‘소비자 친화 전략’을 앞세운 맹추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장의 ‘최후 저지선’으로 꼽히는 쿠팡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부랴부랴 유료 멤버십 요금 인상을 단행하고 나섰다.

이용자 수 급증하며 결제 금액도 상승세

최근 BC카드가 C커머스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3월까지 소비자들의 C커머스 결제 금액은 13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온라인 쇼핑 플랫폼(K커머스) 결제 금액이 2.5% 감소한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C커머스 평균 결제 금액은 올해 3월 기준 2만4,580원으로 지난해 10월(2만3,745원)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K커머스의 평균 결제 금액은 같은 기간 K커머스는 3만9,369원에서 3만8,814원으로 줄었다.

단 이들 업체의 공식적인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는 2022년 1,345억 달러(179조7,592억원) 매출을 거두며 글로벌 이커머스 시가총액 3위(1,879억 달러)에 올랐으나, 산하의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매출이 공개된 적이 없다. 글로벌 시가총액 2위(1,919억 달러) 핀둬둬그룹 산하 업체인 테무 역시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알리와 테무의 성장과 함께 직구액이 커진 만큼, 알리와 테무의 매출이 최소 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테무의 한국인 이용자 수는 2월 580만6천명에서 3월 829만6천명으로 249만 명(42.8%) 급증했다. 같은 기간 알리익스프레스 사용자 수는 818만3천명에서 887만1천명으로 68만 명(8.4%) 늘었다.

C커머스의 공격적인 투자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차후 한층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한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고자 앞으로 3년간 11억 달러(약 1조4,471억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알리바바그룹 측은 우선 2억 달러(약 2,632억원)를 투자해 올해 내로 국내에 18만㎡(약 5만4,45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축구장 25개와 맞먹는 면적이자, 단일 시설 기준 국내 최대 규모다.

또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 촉진을 위해서 1억 달러(약 1,316억 원)를 투자한다. 우수한 한국 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소싱 센터를 세우고, 오는 6월까지는 수출 플랫폼 역할을 할 글로벌 판매 채널도 개설하겠다는 방침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외 동남아시아나 스페인어권에서 운영 중인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도 한국 상품을 판매하고, 이를 통해 3년간 5만 개에 달하는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수출을 지원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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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에는 1,000억원을 투자한다. 알리는 300명의 전문 상담사가 있는 고객서비스센터를 공식 개설해 소비자 불만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직구(직접구매) 상품의 경우 구매 후 90일 내 ‘무조건 환불’ 원칙을 수립하고, 직구 상품이 위조 상품이나 가품으로 의심되면 100% 구매대금을 반환한다. 플랫폼 내 가품 의심 상품을 걸러내고 한국 브랜드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데도 1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3월까지 가품 의심 상품을 취급한 5,000개의 셀러를 퇴출하고, 182만4,810개 위조 의심 상품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1위 쿠팡은 ‘영업이익률 1.9%’ 굴욕

이런 가운데 C커머스의 강력한 대항마로 손꼽히는 쿠팡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지난달 27일, 쿠팡은 알리익스프레스의 투자 소식에 맞불을 놓듯 앞으로 3년간 3조원 이상의 물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 5,000만 인구가 모두 무료 로켓배송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른바 ‘전국 쿠세권’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쿠팡의 야심찬 포부가 전해지자, 업계 곳곳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먼저 흘러나왔다. 쿠팡은 탄탄한 고객층을 보유하곤 있지만, 수익성은 업계 최하위 수준이기 때문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9%에 불과하다. 이는 신세계·이마트(10%), 현대백화점(7.2%), 롯데쇼핑(3.5%), GS25(3.5%) 등 여타 주요 유통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무료배송 등을 앞세운 쿠팡의 월정액 유료 멤버십인 ‘쿠팡 와우’가 지출 증가세를 견인하며 수익성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쿠팡은 지난 12일 와우 멤버십 요금을 종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21년 말 멤버십 요금을 4,990원으로 인상한 지 약 2년 4개월 만이다. 인상된 요금은 신규 가입 회원(지난 13일부터)에게 우선 적용되며, 기존 4,990원에 서비스를 이용하던 회원들은 오는 8월부터 인상된 요금을 납부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요금 인상이 C커머스의 매서운 추격 속 일종의 ‘자구책’이라는 평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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