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결국 ‘디즈니+’에도 밀려나나? 지상파 3사의 초라한 뒷모습

SKT·지상파 3사와 손잡았지만 역부족
지상파 콘텐츠, 경쟁력 부족했나
내년엔 OTT 시장 더 축소될 전망, 활로 있을까
사진=콘텐츠웨이브

한때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꼽히던 토종 OTT 대표주자 웨이브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변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토종 1위의 지위도 티빙과 쿠팡플레이에 빼앗긴 지 오래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그 인기가 시들했던 디즈니+에도 밀릴 상황이다. 사실상 꼴찌가 멀지 않은 셈이다.

적나라한 시장 지표와 경쟁 구도 변화

10일 시장 조사업체에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OTT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순위에 급변이 있었다. 디즈니+ MAU가 지난 9월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의 흥행에 힘입어, 웨이브를 넘볼 정도로 급증한 것이다. MAU 1,100만 명에 달하는 넷플릭스가 공고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400만 명 수준으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웨이브는 왓챠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임을 감안하면 디즈니+에게도 밀릴 경우 국내 꼴찌로 추락하게 된다. 9월 디즈니+의 MAU는 약 394만 명으로 전달(269만명) 보다 46% 이상 급증하며, 웨이브(약 422만 명)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커녕 국내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려 이대로 가다가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통신사 SK텔레콤과 지상파3사가 이끌고 있는 웨이브의 꼴찌 추락은 설립 당시만 해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웨이브, 콘텐츠 경쟁에서 밀렸다

웨이브는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KBS·SBS·MBC)가 손잡고 설립한 OTT 플랫폼이다. 지상파 3사가 제작한 콘텐츠를 장소·시간 제약 없이 볼 수 있다는 매력을 무기로 출시 후 꾸준히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시장 2위, 토종 OTT 중에선 선두를 오랜 시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형편없는 운영으로 수차례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빠른 다시보기 서비스는 3~4개 채널만 동시에 볼 수 있고, VOD 업로드 속도도 느려졌다. 또한 JTBC와 같은 기존 방송 및 케이블 채널과의 계약이 중단되면서 콘텐츠 수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웨이브 출범 초기에 시행했던 해외 시리즈, 국내외 드라마, 예능에 대한 직접 투자 역시 넷플릭스 등 경쟁사에 비해 처진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웨이브는 우선 콘텐츠 경쟁력 싸움에서 밀렸다”며 “심지어 피지컬100처럼 웰메이드 작품은 웨이브에 안 넣고 직접 넷플릭스에 납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게 무슨 뜻이겠는가. 글로벌 판매 채널에 넘기는 것이 직접 판매하는 것 보다 이득이라는 결론이 선 것”이라고 평했다.

지상파의 콘텐츠들이 OTT 시장에서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주요인이다. 웨이브 오리지널 가운데 흥행 콘텐츠라고는 드라마 <약한영웅>이나 예능 <피의 게임2> 정도다. 흥행 콘텐츠는 별로 없는데, 제작비만 크게 늘어나 지난해 적자만 1,200억원이 넘게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역시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콘텐츠웨이브

FAST’의 약진으로 OTT 시장 파이마저 줄어드는 중

한편 최근 미국 미디어데이터 분석기관 윕 미디어(Whip media)가 진행한 ‘2023 미국 OTT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대상의 30%는 “내년 OTT 구독을 취소하겠다”고 답했다. ‘서비스를 무기한 혹은 일시적으로 취소하겠다’는 구독자는 52%, ‘FAST를 이용하겠다’는 구독자는 37%였다.

FAST는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의 앞자리를 딴 것으로, 광고를 보면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유료방송 요금이 비싼 해외 시장에서 FAST는 이미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쿠의 ‘더 로쿠 채널’, 파라마운트의 ‘플루토TV’, 컴캐스트의 ‘쥬모’ 등이 대표적인 글로벌 FAST 플랫폼이다.

이처럼 FAST의 약진으로 OTT 시장 자체의 파이가 줄어들 것이 전망되는 가운데, 웨이브의 생존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업계 최강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내 OTT 업체들은 출혈 경쟁을 지속하는 것보다 수익성을 개선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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