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넘나드는 OTT-커머스, 남은 과제는 ‘밸런스 유지’

구독자 증가 한계 부딪힌 OTT 플랫폼 기업들 대세는 ‘커머스 사업’, 콘텐츠 연계 상품으로 성장성 ↑ 상품 판매-콘텐츠 간 ‘밸런스’ 잡아야 할 때

넷플릭스 온라인 스토어 ‘넷플릭스닷숍’/사진=넷플릭스닷숍 홈페이지

넷플릭스의 성공을 보고 구독 모델을 적극 도입한 미디어 기업들이 구독자 증가의 한계에 부딪히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 나서고 있다. OTT 업체들의 눈에 든 건 바로 ‘커머스’ 사업이다. OTT 업체들은 오리지널 콘텐츠 저작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연계 상품을 만들어 내는 데 탁월하다. 그만큼 성장성이 높다는 의미다. 다만 OTT 업체의 커머스 사업이 마냥 순탄히 풀리는 건 아니다. 콘텐츠와 상품 판매 간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OTT 업체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커머스 사업 뛰어든 OTT 업체들

최근 1년여 동안 OTT 업체들은 구독자 증가에 한계를 겪어왔다. 이에 OTT 업체들은 구독 요금을 저렴하게 하는 대신 광고를 보도록 하는 AVOD 모델을 새로운 수익 모델로 도입함으로써 수익 개선을 꾀했다. 실제 미국 OTT 중 애플TV+를 제외한 넷플릭스, 디즈니+, Max, 피콕 등은 이미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한 상태다.

다만 수익 개선은 여전히 OTT 업체들의 숙제로 남았다. 이에 OTT 업체들은 점차 커머스에까지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가입자가 즐겨보는 콘텐츠와 연계한 상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NBC유니버설과 로쿠(Roku)는 콘텐츠 이용자에게 상품 광고의 효과를 실험하고 있다. 로쿠는 시청자에게 문자 전송, QR 코드 스캔 요청 등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액션 광고(Action Ads)를 출시했다. 로쿠는 쇼피파이와 제휴해 광고 속 상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구매와 배송은 로쿠에 사전에 입력된 지불 정보를 통해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로쿠에 의하면 로쿠 시청자의 약 48%가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광고를 클릭했다.

NBC유니버설은 자체 OTT 서비스인 피콕(Peacock)의 TV쇼에 나온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머스트 숍 TV(Must Shop TV)라는 쇼핑 광고 포맷을 내놓았다. NBC유니버설은 화장품, 스킨케어 아이템 등을 리얼리티 TV쇼 <러브 아일랜드(Love Island)>에 노출함으로써 시청자들이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NBC유니버설에 따르면 해당 TV쇼에 노출된 브랜드는 인지도가 약 4배 증가했고 시청자의 40~70%가 상품을 구매할 의향을 밝혔다.

넷플릭스 또한 커머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다만 넷플릭스는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넷플릭스 쇼핑몰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 나왔던 액세서리나 의류, 카드, 수집품, 도서, 음반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노출된 상품을 직접 판매함으로써 부가 이익을 창출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굿즈들/사진=넷플릭스닷숍 홈페이지

콘텐츠 저작권 가진 OTT 업체들, ‘상품’ 만들기에 최적화

OTT 서비스의 기본 수익모델은 월 구독료다. 그러나 구독료 하나에만 수익을 의존하기엔 불안정한 면이 많다. 가입자들은 인기 콘텐츠가 나왔을 때 서비스를 구독하다가 원하는 콘텐츠를 다 보고 난 뒤에는 구독을 끊고, 다른 OTT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OTT 구독자 수 자체가 하락세에 접어든 점도 OTT 업체의 불안정한 수익 구조에 한몫했다.

이에 OTT 기업들은 수익모델 다각화를 위해 ‘커머스’를 선택하고 나섰다. OTT 업체가 구태여 커머스를 선택한 이유는 첫째로 OTT 사업을 통해 확보한 가입자 수 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가입자가 많은 기업은 다양한 비즈니스를 시도할 수 있다. 유튜브만 봐도 백만, 천만 등의 구독자가 중심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은가. 카카오도 무료 가입자를 확보한 뒤 가입자를 활용해 금융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OTT의 ‘콘텐츠’는 연계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는 데 탁월한 수단이 된다. 실제로 전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오징어게임> 관련 상품은 넷플릭스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상품이 아니더라도 이미 불티나게 팔린 바 있다. 콘텐츠 연계 상품이 일으킬 반향은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OTT 기업이 가입자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커머스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된다. 개별 소비자들이 어떤 성향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커머스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라 할 수 있다.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의 저작권을 갖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콘텐츠 연계 상품의 반향은 클 수밖에 없는데, OTT 업체가 저작권까지 쥐고 있으니 OTT 업체는 더욱 큰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마냥 순탄치만은 않은 OTT 커머스 사업

다만 OTT 업체의 커머스 사업이 마냥 순탄히 흘러가는 건 아니다. 콘텐츠에 지나친 상업성이 보인다면 해당 서비스를 바로 외면해 버리는 시청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tvN 드라마 <여신강림>은 중국 제품 PPL을 다수 등장시키며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바 있다. 스타벅스도 같은 전례가 있다. 2000년 하워드 슐츠가 CEO에 내려온 뒤 후임 CEO가 매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매장에서 비싼 음식을 판매했다. 그러나 음식 냄새가 커피 향을 해치면서 스타벅스 이용자들은 불만을 터트렸고, 충성 고객들이 떠나가는 결과가 도출됐다.

OTT 기업이 자사가 확보한 콘텐츠들을 활용해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문화콘텐츠는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 파급효과와 수익을 노리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속성을 갖고 있다. 소설 『해리포터』가 입소문을 타면서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가 제작된 데 이어 해리포터 테마파크가 만들어지고, 마법사 의상과 지팡이, 각종 액세서리 등이 인기상품으로 팔리는 것과 같은 논리다.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콘텐츠라면 시청자들의 팬덤을 활용해 다양한 굿즈를 선보일 수 있어 매출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욕심히 과하면 화를 불러오는 법, 노골적으로 ‘판매’라는 목적성이 두드러지고 콘텐츠로서의 재미가 약하면 소비자들은 쉽게 피로를 느끼고 눈길을 돌려버린다. OTT 업체가 ‘콘텐츠’와 ‘커머스’ 간 밸런스를 어떻게 잡아나갈 것인가가 관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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