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영광은 어디 갔나” 광고 줄여서 실적 개선하는 명품 플랫폼들

줄줄이 마케팅 비용 절감 나선 명품 플랫폼들
'팬데믹 특수' 꺾였다, 남은 건 생존 경쟁뿐
대형 이커머스 내에 입점하며 판로 개척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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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스트잇

국내 3대 명품 플랫폼 업체(트렌비, 발란, 머스트잇)가 지난해 줄줄이 적자폭을 줄이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TV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을 줄이며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결과로 풀이된다. 명품 플랫폼이 좀처럼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차후 성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광고비 절감이 실적 개선세 견인

11일 업계에 따르면 명품 플랫폼 트렌비(trenbe), 발란(BALAAN), 머스트잇(mustit)의 지난해 실적이 개선됐다. 우선 트렌비는 지난해 전년 대비 영업손실이 207억원에서 32억원으로 줄었다. 트렌비 매출총이익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고 명품 사업이 성장하면서 이익률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직접적인 수익성 지표인 매출총이익률은 전년 29% 대비 45%로 증가했다. 광고비,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용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22년도 122억원에 달했던 가량의 마케팅 비용 지출은 지난해에는 75% 감소한 29억원에 그쳤다. 인건비는 같은 기간 125억원에서 63억원까지 감소했다.

발란의 경우 광고 플랫폼 수익과 경영 효율화로 적자폭이 70% 이상 개선됐다. 발란의 영업적자는 2022년 373억원에서 지난해 99억원까지 줄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흑자를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발란은 올해 안으로 연간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상태다. 글로벌 앱 사업 론칭, 해외 플랫폼 제휴 등 다양한 사업 성장 모멘텀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머스트잇은 5억6,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 3사 중 유일하게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머스트잇은 창사 이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 왔으나, 시장 내 출혈 경쟁으로 과도한 광고 선전비를 지출하며 2021년 102억원, 2022년 17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에 머스트잇은 지난해 광고비를 37억원까지 줄이며 내실 강화에 나섰다. 이는 2022년(157억원) 대비 77% 감소한 수준이다.

‘반짝 인기’ 이후 내리막길 걸어

이들 명품 플랫폼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매서운 성장세를 기록한 바 있다. 이어지는 자가격리·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해외여행이 제한되자, 면세점과 해외 직접 구매 수요가 온라인으로 몰린 영향이다. 일례로 2018년 947억원에 그쳤던 머스트잇의 상품거래액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한 2020년엔 2,514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현재의 ‘명품 플랫폼 3사’ 구도가 형성됐다.

이들 플랫폼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지난 2021년, 3사가 나란히 공격적인 TV 광고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머스트잇이 배우 주지훈을 모델로 기용해 광고를 방영하자, 발란은 배우 김혜수를 앞세운 광고를 냈다. 트렌비 역시 배우 김희애를 모델로 쓴 광고로 맞불을 놨다. 해당 연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광고비로 트렌비는 300억원, 발란과 머스트잇은 각각 191억원과 134억원을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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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발란

과도한 광고비 지출은 실적 악화를 초래했다. 2020년에 1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머스트잇은 2021년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발란은 64억원에서 186억원, 트렌비는 102억원에 330억원으로 적자 폭을 키웠다. 이후 업계에서는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의문이 제기됐다. 무신사 등 대형 이커머스들이 관련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만큼, 차후 이들 플랫폼이 경쟁력을 잃고 시장 외곽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시각이었다.

이커머스 업체 한구석에 입점하기까지

이 같은 비관적인 전망은 곧 현실이 됐다. 궁지에 몰린 명품 플랫폼들은 공격적인 성장이 아닌 ‘생존’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트렌비가 이커머스 업체 11번가의 명품 서비스(우아럭스) 코너에 판매자로 입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시장 내 출혈 경쟁이 한계를 맞이하며 이용자 성장세가 지지부진해지자, 이커머스 업체 내에 자리를 잡으며 새로운 판로를 구축한 것이다.

머스트잇 역시 지난해 5월부터 CJ온스타일의 모바일 앱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CJ온스타일 앱 안에 ‘머스트잇 전문관’을 열고, 머스트잇이 보유한 상품 중 CJ온스타일에 맞는 상품을 골라 앱에 노출하는 방식이다. ‘3대 플랫폼’에 포함되지 않는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의 경우, 신세계 계열 이커머스 업체인 △SSG닷컴 △G마켓과 △옥션 등에서 명품을 판매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명품 온라인 플랫폼의 ‘위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찾아온 경기 침체로 명품 소비 전반이 위축된 만큼, 이전과 같은 성장세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온오프라인 명품 시장을 아우르는 ‘중고 명품’ 열풍을 고려, 이들 플랫폼이 적절히 사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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