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중국’ 애플, 인도에 차기 생산거점 구축

2017년부터 미·중갈등 등 악재에 '탈중국, 공급망 다각화' 추진
블룸버그 "아이폰 14% 인도 생산, 중국과의 격차 줄이고 있어"
애플뿐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차, 테슬라 등도 인도 생산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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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탈중국화를 가속화하는 한편 인도에서의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폭스콘 등 애플의 주요 OEM 기업들도 인도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면서 공급망 다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인도는 젊고 저렴한 노동력과 세계적 수준의 IT 인재, 14억 인구의 거대한 소비시장을 보유한 매력적인 곳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에 이어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도 앞다퉈 인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인도 내 애플 제조설비 14곳, 2025년 아이폰의 25% 생산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이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1년간 인도에서 생산한 아이폰 비율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배가량 증가한 14%를 기록했다. 판매액 기준으로는 140억 달러(약 19조원)에 달한다. 애플은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 중심의 생산 기반을 다변화하기 위해 2017년부터 다른 국가로 생산 공장 이전을 추진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탈중국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의 대안으로 차기 생산거점이 될 곳으로는 인도가 꼽히고 있다. 그동안 인도에서는 구형 아이폰만 생산해 왔지만 지난 2022년 9월 출시한 새 모델 ‘아이폰14’의 경우 중국과 함께 인도에서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2022년 1년간 인도에서 약 650만 대의 아이폰을 출하했다. 이는 중국의 생산량 5,000만 대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최근 인도에서 생산을 늘리면서 중국과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폭스콘, 페가트론, 위스트론 등 중국에 생산거점을 뒀던 애플의 주요 OEM 기업들도 인도에 공장을 건설하면서 애플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은 인도에서 아이폰의 67%를 조립했다. 페가트론은 지난해부터 아이폰15 시리즈를 생산하고 있다. JP모건 등에 따르면 인도 내 애플의 제조 설비 수는 지난 2021년 11곳에서 2022년 14곳으로 늘어났으며 오는 2025년 세계 아이폰의 25%를 인도에서 조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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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14억 소비시장, 경제력 높아져 프리미엄폰 수요 증가 기대

생산거점뿐만 아니라 소비거점으로도 인도는 애플의 유망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지난해 4월 애플은 인도 최대 도시인 뭄바이와 수도 뉴델리에 각각 오프라인 매장을 개장했다. 당시 팀 쿡 애플 CEO가 인도 내 첫 오프라인 매장 개장식에 참석할 정도로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3년 기준 인도 인구는 14억2,800만 명으로 중국 인구 14억2,500만 명을 웃돈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중국과 달리 경제도 급성장하고 있어 국민들의 구매력과 경제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향후 고가의 프리미엄 휴대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인도 내 400달러(약 50만원) 이상 스마트폰 출하 비중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4%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하며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중국 정부의 ‘외국 스마트폰 사용 제한 조치’와 미·중 갈등 여파로 ‘애국 소비’가 강화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12월 애플의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은 336만2,100대에 그치며 348만900대를 판 샤오미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앞서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만 최신 아이폰을 최대 500위안 할인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놓기도 했지만 판매량 증가 효과는 크지 않았다.

삼성전자, 현지 프리미엄폰 생산 늘려 ‘인도 시장 1위’ 수성

인도에 생산거점을 구축·운영하는 기업은 애플만이 아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테슬라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이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뉴델리 도심에서 약 22㎞ 떨어진 노이다 공장에 갤럭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노이다 공장의 생산량은 연 1억2,000만 대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체 물량의 30% 이상을 인도에서 소화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온라인 채널을 확대하고 프리미엄폰의 현지 생산을 늘려 인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수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자동차도 이미 전기자동차(EV) 현지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인도 현지 EV 생산시설과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지난해부터 10년간 2,000억 루피(약 3조2,5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오는 2028년까지 6개의 EV 모델을 투입하고 현지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해 충전소를 대거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기아도 2025년부터 소형 EV를 생산하고 목적기반차(PBV) 등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가 인도 대규모 투자에 이어 배터리 공급망까지 확보한 가운데 테슬라도 인도 현지에 전기차 공장 설립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올해 3월 인도 정부는 전기차 생산공장을 신설하는 조건으로 3년간 해외 자동차기업에 관세 인하 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테슬라 기가팩토리 유치를 위한 정책으로 해석된다. 테슬라의 인도 생산공장은 20억~30억 달러 규모로 소형 저가 모델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향후 인도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유럽 동남부 지역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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