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반 갖춰가던 STO 시장, 지지부진한 법안 처리에 줄줄이 발목 잡혀

증권업계, 제도화 기대 품고 STO 기반 다지기 착수
협의체·동맹 구성부터 플랫폼 개발까지, 적극적인 움직임 관측돼
정작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 상태, 5월 '터닝 포인트'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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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 증권발행(STO) 시장이 제도적 공백의 한계에 부딪혔다.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되며 초기 시장이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혁신금융서비스(규제샌드 박스 제도) 등을 통해 일부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를 위해서라도 관련 법안 통과가 필수라는 호소가 흘러나온다. 시장의 이목은 총선 이후 STO 관련 법률 통과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STO 제도화 움직임에 들뜬 시장

토큰증권(Security Token·ST)은 부동산·미술품·음원·지적재산권 등 비정형 자산을 담보로 자산의 지분을 쪼갠 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가상 자산 형태로 발행하는 증권을 말한다. 토큰증권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STO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주식·사채 등의 전자 등록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전자증권법 개정안) 등 STO 관련 법률이 다수 계류 중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STO를 제도에 편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는 의미다.

이에 증권업계는 STO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 적극적으로 초기 기반을 형성해왔다. 일례로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9월 증권업계 최초로 토큰증권 발행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범 발행을 마친 바 있다. 같은 해에는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과 협력해 토큰증권 협의체 ‘한국투자 ST 프렌즈’를 설립하기도 했다. 한국투자 ST 프렌즈에는 현물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PIECE)’를 운영하는 ‘바이셀스탠다드’, 문화 콘텐츠 투자 플랫폼 ‘펀더풀’, 토지·건물 거래 플랫폼 ‘밸류맵’,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등이 참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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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투자증권

지난 1월에는 31일 한국투자증권은 온라인 아트 플랫폼 ‘아투(Artue)’의 운영사 아비투스 어소시에이트와 STO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사는 협약을 통해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자계약증권 공급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 인프라와 아비투스어소시에이트가 미술 시장에서 검증한 서비스 역량을 접목, 우량 미술품의 자산 유동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증권사들의 STO 시장 진입

한국투자증권 외로도 다양한 증권사들이 STO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갤럭시아머니트리·루센트블록·프린트베이커리·크리시아미디어·다날엔터테인먼트 등 조각투자 관련 사업자와 MOU를 체결하며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디지털사업본부 산하 ‘디지털자산팀’을 신규 편성, 토큰증권 사업을 주도할 조직을 갖추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SK텔레콤·하나금융그룹과 토큰 동맹을 맺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하나증권과 협력해 STO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인프라 구축 방면에서도 적극적으로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토큰증권 통합 플랫폼 개발에 착수한 상태로, 올해 내로 신규 플랫폼을 본격 공개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 등도 토큰증권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 3사는 지난해 9월 ‘토큰증권 컨소시엄’을 구성, 토큰증권 시장에 공동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증권·SK증권은 우리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토큰증권 사업 기반을 쌓고 있다. 아직까지 STO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증권사 수익은 위탁계좌 관리수수료나 인프라 사용료 등에 불과하다. 하지만 향후 시장이 성장할 경우 기업공개(IPO) 주관 수수료와 같이 토큰증권 상장에 대한 주관수수료를 받거나, 토큰증권 거래 중개에 따른 매매수수료를 받아 본격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법안은 아직도 ‘감감무소식’

문제는 STO 관련 법안 대다수가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시장 개장 준비에 돌입했지만, 개정 법안은 아직 계류 상태다. 21대 국회는 총선을 치르고 난 뒤 5월 임시국회를 열고, 막판 조율 단계에 있는 무쟁점 법안들을 처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에 계류된 법률 개정안이 5월에 처리될 경우, 개정안은 자동으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자동 폐기 후에는 이번 총선으로 새로 시작되는 22대 국회서 다시 법률 발의 및 논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차후 STO 제도화 시기가 눈에 띄게 지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단 여야 모두 STO 발행 관련 법안의 통과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는 만큼, 5월 내 극적으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공약으로 증권토큰(STO) 입법을 연내 마무리해 벤처·스타트업에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STO의 발행·유통·공시체계 정비 등 법제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다만, 총선 결과에 따라 여야 협의가 어느 선까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만약 일방적인 선거 결과가 나올 경우, 관련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 역시 낮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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