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매출 제자리걸음 반복하자, 데이터센터·클라우드에 집중된 이목

이통 3사 '본업' 이동통신 매출 성장 3% 미만에 그쳐
가파른 성장세로 전체 매출 중 비중 늘려가는 비(非)통신사업
글로벌 기업 아마존, IDC 이중화 의무 앞두고 국내 시장에 '눈독'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가 기존 유무선 통신 사업의 꾸준한 매출 증가와 함께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사업의 본격적인 성장에 힘입어 우수한 3분기 실적을 내놨다. 이동통신 서비스가 본업인 통신 3사가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증가세 둔화와 통신비 인하 압박 등을 이유로 수익 다변화를 위해 애써 온 비(非)통신 영역 서비스 확대가 조금씩 성과를 거두는 모양새다.

SK텔레콤 클라우드 사업 매출 성장세 40% 육박

통신 3사가 발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의 3분기 이동통신 매출은 2조6,5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KT(1조7,081억원)와 LG유플러스(1조5,870억원) 역시 각각 1.6%와 2.7% 증가에 그쳤다. 해마다 3% 미만의 완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반면 통신사의 비통신 사업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IDC는 최대 40%에 가까운 고성장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IDC란 기업 등의 데이터를 저장 및 관리해 주는 ‘데이터 은행’ 역할의 시설을 의미한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에 IDC 분당2센터를 개소한 후 올해 2분기 IDC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2% 늘어난 494억원을 기록했고, 3분기는 53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32.5% 성장했다.

LG유플러스도 올해 3분기 데이터 센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한 827억원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경기도 안양시에 20만 대 이상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IDC를 비롯해 총 6곳의 IDC를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경기 안양시에 두 번째 초대형 데이터 센터 개소를 앞두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새로운 데이터 센터가 개소도 하기 전에 12개 전산실의 예약이 모두 마감된 상태”라고 전했다.

최근 정부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DX)을 서두르면서 클라우드 사업도 함께 급성장을 기록 중이다. 클라우드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데이터 기반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등 각종 인프라를 제공하는 가상 온라인 공간을 말한다. KT는 정부 및 기업의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고 AI 등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 부담이 커질 것을 일찌감치 내다보고 지난해 4월 클라우드 사업을 독립 출범했다. KT클라우드는 올해 3분기 매출 1,93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3분기보다 34.5% 늘어난 성적을 거뒀다.

KT클라우드 용산 IDC 공공 클라우드존에서 직원들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사진=KT

IDC 확충으로 체질개선 속도 높이는 이통 3사

이같은 IDC 및 클라우드 사업의 고성장은 그간 통신 3사의 ‘캐시카우’로 여겨지던 이동통신 매출의 저조한 성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3사 모두 비통신 부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통신사들은 향후 성장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며 투자를 확대하는 등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먼저 SK텔레콤은 유선 통신 사업 자회사 SK브로드밴드를 통해 경기 양주시에 일곱 번째 IDC를 건설 중이다. LG유플러스 역시 2027년을 목표로 새로운 IDC를 오픈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KT클라우드는 출범 1년 만인 올해 5월 기업 가치를 4조원대로 인정받으며 6,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어 6월에는 한전KDN과 에너지 클라우드 사업 협력에 나서는 등 공공 클라우드 분야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통신 3사의 체질 개선과 관련해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챗GPT 등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전 세계에 AI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AI 학습에 쓰일 방대한 데이터를 보관할 IDC를 찾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며 “2000년대 초반에 IDC 사업을 시작해 충분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통신사들은 적극적으로 기업 유치에 팔을 걷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먹통 후 1년, IDC·클라우드 중요성↑

국내에서 IDC와 클라우드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카카오의 서비스 중단 사태가 꼽힌다. 당시 SKC&C의 판교 IDC 화재로 이곳 IDC에 입주한 모든 서비스가 중단됐고, 카카오에서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T,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다수의 서비스가 사상 초유의 ‘먹통’ 사태로 이어지며 막대한 피해를 낳았다.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 IDC 이중화 작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IDC 이중화를 위해서는 동일한 서버를 2개 이상 운영해야 하는 만큼 관련 기업들의 추가적인 서버 설치가 불가피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규모 IDC를 운영하는 통신사에 데이터 분산 수요가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DC와 함께 클라우드 전환 수요 역시 증가할 전망이다. IDC를 이중으로 사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중소기업은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산하는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이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15%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자, 아마존의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에 58억8,000만 달러(약 7조8,5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AWS는 급증하는 국내 클라우드 수요에 대응해 데이터센터를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KT와 NHN, 메가존, 네이버 등 국내 다수의 통신 사업자가 클라우드 사업부를 따로 떼어내 독립 법인을 만들고, 투자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기존 IDC를 보유하고 있던 기업들에 더 큰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DX 시대를 맞아 IDC 및 클라우드 시장 확대는 이미 시작된 상태”라며 “카카오 먹통 사태에서 시작된 당정의 이중화 입법이 완료되면 이들 사업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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