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 카카오의 때 아닌 ‘골프’ 논란, 관성 좇는 韓의 ‘불편한 진실’

비위 의혹 터져 나온 카카오, "조사단 꾸려 감사 착수"
카카오 '골프 회원권' 논란이 관통하는 韓 기업 문화
'골프=영업 실력'? 꺼지지 않는 한국식 접대의 톳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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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택 카카오 대표/사진=카카오커머스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최근 벌어진 카카오 경영진 비위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조사단을 꾸려 감사에 착수했다”고 전 직원들에게 알렸다. 특히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골프장 법인 회원권에 대해선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김정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겸 준법과 신뢰위원회 위원이 관련 폭로를 내놓은 이후 기업 차원에서 처음 나온 공식 입장으로, 홍 대표는 앞으로 내홍 수습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폭로에 카카오도 ‘휘청’, 홍 대표 직접 나섰다

30일 카카오에 따르면 홍 대표는 ‘안녕하세요? 사이먼(홍 대표 닉네임)입니다’라는 전 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홍 대표는 우선 “먼저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 아레나, 제주 esg센터 등의 건설 과정 그리고 브랜든(김 총괄 닉네임)이 제기한 여타 의혹에 대해서도 공동체 준법경영실과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려서 감사에 착수했다”며 “철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장 회원권과 관련해서는 이미 매각 절차에 들어갔고, 환수한 자금은 휴양시설 확충 등 크루들의 복지를 늘리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며 “대외협력비의 문제는 이미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윤리위원회 규정상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사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외부 법무법인에 조사 의뢰할 것을 윤리위원회에서 건의해 와서 수용하기로 했다”며 “외부기관들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판단은 윤리위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대표의 발언으로 미뤄 보면, 카카오는 최근 골프장 법인 회원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김 총괄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총괄은 지난달 28~2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여러 번 글을 작성하며 “그룹 내 특정 부서의 경우 한 달에 12번이나 골프를 치고 있었다. 카카오가 망한다면 골프 때문일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고 직격한 바 있다. 김 총괄은 특히 타 직원들에 대한 휴양 시설은 1년에 2박도 못 갈 정도로 열악하다고 지적하면서 기업 내 불균등을 역설했다. 김 총괄은 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골프 회원권을 75% 통째로 매각하겠다고 보고한 후 지난 두 달간은 전쟁 수준의 갈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총괄은 김 창업자가 카카오 쇄신을 위해 지난 9월 삼고초려 끝에 무보수로 영입한 인물로,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에 합류한 유일한 내부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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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자신의 SNS에 게재한 폭로글/사진=김 총괄 페이스북 캡

金 총괄 ‘욕설’ 논란, 기업 ‘내홍’ 문제로 확장

당초 먼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사는 김 총괄이었다. 지난 22일 판교 본사에서 업무보고를 하던 임직원들을 상대로 ‘개XX’라며 큰 소리로 욕설을 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김 총괄에 대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한 듯 보였다. 그러나 김 총괄이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항변을 이어 나가면서 분위기는 다소 반전되기 시작했다. 김 총괄은 임직원과의 갈등 및 불화의 저변에 ‘골프’라는 불씨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여 명의 대표이사들은 골프 회원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부서만 ‘투어프로’ 수준으로 골프를 치고 있었다”며 “한 달에 12번이면 4일짜리 KPGA 대회를 3주 연속 출전한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9월 첫 출근 날 김 창업자가 법인 골프 회원권을 조사해 정리해달라 주문했다”며 “금요일부터 좋은 골프장엔 죄다 카카오팀이 있더라는 괴담 수준의 루머도 많았던 상황이라 강력한 쇄신이 요구됐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논의 과정도 밝혔다. 김 총괄은 “골프 회원권을 75% 정도 통째로 매각하겠다고 보고하고 김 창업자로부터 ‘비상경영회의 때 PT(프리젠테이션) 발표도 하고 정식 결재를 올려달라’는 답을 받았다”며 “이후 두 달간은 정말 전쟁 수준의 갈등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주말 저녁에도 골프의 필요성에 대한 하소연 전화가 이어졌다고 김 총괄은 전했다. 임직원들을 향한 ‘개XX’ 욕설 논란도 항변했다. 김 총괄은 “해당 욕설 논란이 나온 배경은 카카오 AI 캠퍼스 건축 업체 과정에서 빚어진 한 임원과의 갈등”이라며 “전후 관계가 어찌됐든 욕설과 고성이 오간 데 대해선 죄송하다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김 총괄의 SNS 글이 널리 퍼지면서 카카오에 대한 여론은 급속히 악화하기 시작했다. 기업 내 개인의 태도 논란이 기업 전체의 골프 논란으로, 나아가 기업 내 직원 간 내홍 문제로 불거진 만큼 카카오 차원의 역량 결집을 통한 근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韓 접대 문화 관통하는 ‘골프’의 늪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애초 IT 기업인 카카오에서 골프 논란이 발생했다는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누리꾼도 종종 보인다. 다만 이는 예로부터 이어져 오던 우리나라 기업 문화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크게 이상한 것도 아니다. 접대를 통한 로비는 우리나라 기업 문화를 관통하는 요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는 증권업계만 살펴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주요 로비 대상은 연기금과 공제회의 운용팀 및 리서치팀 팀장들인데, 이들을 향한 로비 방식은 골프와 룸살롱 접대, 성매매 접대, 현금 또는 상품권 제공 등 다양하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사의 법인영업 담당자는 “골프나 술 접대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비용은 법인카드로 처리하는데, 결국 회사가 눈을 감아 준단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접대 관행은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사안이다. 영업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대형 계약이 잡히면 미국이나 중국 등 대형 바이어에 접대를 하곤 한다”며 “접대가 거래 성사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인간관계 유지 차원에서 관행처럼 이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물망처럼 펼쳐진 기업 내 접대 사슬의 원동력은 국내 인력들의 관성적인 관행 좇기에서부터 나온다. 결국 이번 카카오 골프 논란은 우리나라 기업 문화, 나아가 인력의 실태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한국식 접대’가 가리키는 우리 기업의 현실과 카카오 골프 논란이 나타내는 골프 접대의 불편한 진실이 가린 빛바랜 미래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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