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앞설 거라더니’, 하반기 내내 뒷걸음질 중인 이차전지 수출

7억 달러 넘던 수출액 4억 달러 선으로 ‘뚝’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줄줄이 전기차 사업 축소
“각종 문제점 점검할 기회” 위기극복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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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8월 2일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이차천지 초강대국 대한민국’을 주제로 연설 중이다/사진=대통령실

국가 수출 동력으로 주목받던 이차전지가 올해 2분기 감소세로 접어든 후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 판매량 둔화가 배경으로 꼽히는 가운데 이차전지 완제품에 이어 핵심 소재 수출도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까지 핵심 부품 산업으로 꼽혔던 분야에 투자한 시장 참여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삼원계 양극재 수출액 동반 하락

1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우리나라의 리튬이온 배터리 수출액은 4억5,485만 달러(약 5,928억9,697만원)로 전월(5억5,111만 달러)과 비교해 17.5% 줄었다. 올해 초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7억 달러(약 9,128억원)를 상회하던 리튬이온 배터리 수출액은 하반기 6억 달러대를 넘지 못하다가 10월에는 5억 달러 선도 지키지 못하고 내려앉았다. 수출 중량 역시 10월(1만1,979톤)이 전월(1만4,602톤) 대비 18% 줄었다.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삼원계 양극재 수출액 또한 크게 줄었다. 10월 삼원계 양극재 수출액은 전월 대비 27.8%가 줄어든 7억1,643만 달러로 집계됐다. 삼원계 양극재는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등 양극재를 통칭한다.

메탈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도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다. 양극재 수출 업체는 배터리 제조사와 메탈 시세를 반영해 판매 가격을 조정하는데, 메탈 가격이 꾸준히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원료 투입 시차가 부정적 영향을 낳은 것이다. 실제로 10월 양극재 수출 가격은 ㎏당 38.3달러로 9월(41.6달러)보다 7.9% 떨어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50달러대를 유지하던 양극재 수출 단가는 지속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산업의 특성상 이같은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자국산 이차전지 사용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중국에 버금가는 수출 시장이던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내 생산을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이차전지 수출량이 전년 대비 2.6%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완성차 업체-배터리 제조사-후방업체로 번진 시장 침체 여파

이차전지 수출 하락세의 근원적 배경으로는 전기차 시장의 둔화가 꼽힌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고금리 및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 등 다수의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관련 투자 계획을 연기 또는 철회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물량을 줄이면 배터리 제조사들이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소재 주문을 줄이고, 후방 업계에도 영향이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절반 가까이 견인하고 있는 중국 또한 경기침체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로 중국의 신흥 전기차 업체 웨이마(威馬·WM)는 최근 법원에 사전 구조조정 신청을 했으며, 니오와 샤오펑 등 다수의 업체가 본격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미국에서도 리비안, 로즈타운모터스 등 신생 업체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최대 완성차 업체인 GM은 전기 픽업트럭 공장 가동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또 포드는 SK온과 함께 설립을 추진하던 켄터키 2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온 전기차 업계에 제동이 걸리면서 배터리 업체로 타격이 전해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위기를 그간 고질적으로 발생한 가동률 저하, 인력 수급 등 문제를 돌아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관련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간과한 것들이 있었는데, 시장이 주춤한 틈을 타 그런 문제점들을 개선하면 K-배터리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시기가 분명히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인산철(LFP) 등 신형 배터리 개발을 통해 틈새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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