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총격 사망 태권소녀 시신 도굴 후 다시 매장… ‘경악’

사진=MBC뉴스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19세 ‘태권소녀’ 치알 신의 시신이 군부에 의해 도굴됐다.

5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의 한 공동묘지에 군인들이 들이닥쳐 치알 신의 시신을 가져갔다. 이날 군인들은 트럭을 타고 와 공동묘지 입구를 봉쇄하고 직원에게 총을 겨누기도 했다고 이와라디는 보도했다.

군인들이 다녀간 후 군사정부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신문들은 일제히 “키알 신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 같지 않다”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 때문에 미얀마 군부가 경찰의 실탄 사격을 은폐하기 위해 그의 시신을 가져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로이터 통신도 다른 독립 매체인 ‘미지마 뉴스’를 인용해 미얀마 당국이 전날 군경 호위 하에 치알 신의 묘에서 관을 들어올린 뒤 시신을 꺼내 검시하고 나서 다시 매장했다고 보도했다.

치알 신의 시신 도굴에는 최소 30명과 전동 공구가 동원됐고 현장에서 버려진 고무장갑과 부츠, 수술 가운 등이 발견됐으며 한쪽에는 핏자국도 있었다고 전했다.

도굴 현장을 목격한 미얀마 시민은 “치알 신의 머리를 벽돌로 받치기도 했다”면서 “의사로 보이는 이들이 치알 신의 머리를 만지는 듯한 행동을 했고, 시신에서 작은 조각을 꺼내 서로 보여줬다”고 증언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벌어진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 현장에 경찰이 발사한 최루 가스가 자욱하다/사진=REUTERS

이와 관련해 군사정부가 운영하는 신문들은 “치알 신이 실탄을 맞았으면 머리가 망가졌을 것”이라며 “경찰의 무기에 의해 부상했을 개연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치알 신 사망의 근본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태권도를 배우며 댄서로 활동하기도 했던 치알 신은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숨을 거뒀다. 이 문구는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치알 신은 시위에 참여하기 전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혈액형, 비상 연락처와 함께 ‘시신을 기증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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