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메타라운지 서비스 종료, 메타버스 ‘탈출구’ 찾기에 집중하는 기업들

KT 메타라운지, 신규고객 없어 4월 서비스 종료
다른 기업들도 부서 폐쇄, 구조조정 등 사업 축소
생성형 AI에 관심 빼앗겨, 글로벌 투자도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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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라운지’/출처=KT

KT가 기업 간 거래(B2B)용 메타버스 상품 서비스를 출시한 지 약 1년 반 만에 종료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메타버스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통신사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서비스 또한 이용자 성장세가 꺾이는 등 통신 3사의 메타버스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모양새다.

AI 열풍에 밀렸다, 국내 메타버스 대거 문 닫아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자체 메타버스 서비스인 ‘메타라운지’를 지난달 말 종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타라운지는 KT가 지난 2022년 12월 출시했던 B2B 메타버스 상품으로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기관 등을 위한 맞춤형 메타버스 플랫폼을 제작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KT는 출시에 앞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글로벌청년기후환경챌린지(GYCC)와의 업무협약을 메타라운지에서 체결하는 등 레퍼런스 창출에 힘썼지만 결국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서비스를 종료했다. 다만 KT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용(B2C) 메타버스 ‘지니버스’는 계속 운영할 예정이다. 지니버스는 안드로이드 기준 다운로드 횟수가 아직 1만 회 미만으로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다.

AI 열풍에 메타버스의 열기가 식으면서 지난해부터 주요 메타버스 서비스가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지난해에만 싸이월드의 ‘싸이타운’, 컴투스의 ‘컴투버스’, 카카오의 증손회사 ‘컬러버스’ 등이 메타버스 서비스를 종료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메타버스 서비스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LG유플러스는 B2B 메타버스 상품인 ‘메타슬랩’을 포함해 대학 전용 플랫폼 ‘유버스’, 아동용 ‘키즈토피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메타슬랩은 대기업·스타트업 등을 대상으로 베타테스트를 진행했지만 1년이 다 돼가는 현시점까지 출시되고 있지 않다. 유버스는 지난해 7월 연세대 전용 버추얼 캠퍼스를 오픈하는 등 10여 개 대학의 메타버스 캠퍼스를 구축했지만 연세대 이후 올해까지 아직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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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이프랜드’/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은 글로벌 B2C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에 서비스를 지원하는 이프랜드는 지난해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꾸준히 300만~400만 명대를 기록하면서 다른 통신사의 메타버스 서비스에 비해 순항하고 있다. 다만 4분기 들어 처음으로 역성장하며 MAU가 361만 명으로 하락했다. 이는 직전 분기 420만 명에서 60만 명가량 감소한 수치다.

이에 통신사들은 기존 메타버스 서비스에 생성형 AI 기능 등을 추가해 플랫폼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KT는 B2C를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 ‘지니버스’를 중심으로 생성형 AI를 융합한 차별화된 서비스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SK텔레콤도 이프랜드에 생성형 AI를 결합한 ‘AI 페르소나’ 기능을 선보일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SK텔레콤 이프렌드는 올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키즈토피아를 통해 북미시장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잇달아 메타버스 사업 철수

해외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월 가상 작업 공간 플랫폼 알트스페이스 VR(AltSpaceVR)을 폐쇄하고 산업 메타버스 팀 직원 100명을 해고했다. 디즈니도 같은 해 3월 메타버스 부서를 폐쇄했고 월마트는 로블록스(Roblox) 기반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종료했다. 메타 역시 메타버스 관련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해 상반기에만 2만여 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업계에선 ‘메타버스 빙하기’가 몇 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려는 수요 자체가 1~2년 전보다 크게 줄어든 게 주된 이유다. 지난해부터 엔데믹으로 비대면 플랫폼에 대한 주목도가 주춤해진 데다 챗GPT 등 초거대 AI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관심 우선순위에서도 밀렸다는 전언이다. 미국 테크넥스트에 따르면 2023년 메타버스 관련 검색량과 검색 관심도는 전년 대비 71% 급감했다.

메타버스 관련 투자도 예년만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정보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글로벌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투자는 5억8,670만 달러(약 8,00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20억 달러(약 2조7,400억원)와 비교하면 약 70.7% 감소했다. 반면 생성형 AI에는 뭉칫돈이 대거 몰렸다. 같은 기간 생성형 AI 관련 투자는 6억1,280만 달러(약 8,400억원)에서 23억 달러(약 3조1,520억원)로 2.8배 가까이 늘었다.

‘옥석 가리기’ 끝내고 생존기업 간 진검승부 전망도

반면 일각에서는 빅테크들이 업그레이드된 메타버스 기기를 출시하면서 얼어붙은 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말 메타가 혼합현실(MR) 기기 메타퀘스트3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애플은 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했다. 퀘스트의 판매 호조 덕분에 메타의 메타버스 개발 부서인 리얼리티랩스 4분기 매출은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3% 증가한 수치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메타버스를 통해 회사를 강력한 기술 회사로 만들 장기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메타버스 업계에서는 ‘옥석 가리기’를 끝내고 이제는 생존기업 간의 진검승부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타버스 빙하기에도 사업을 포기하지 않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해빙기를 맞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부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제페토를 운영하는 손자회사 네이버제트에 1,000억원을 빌려주기로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제페토가 4억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자금 대여를 결정했다”고 했다. 지난 2년간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를 개발해 온 롯데정보통신도 애플이 MR 헤드셋을 내놓자, 칼리버스에 비전 프로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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