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인데 파트너라니” 알리익스프레스 공세 속 네이버의 딜레마

"중국 이커머스 진입, 오히려 광고 실적에 호재" 한국투자증권의 판단
일부 증권사는 네이버 커머스 실적에 대한 우려 제기
네이버, 광고 수익 증가와 커머스 쇠퇴 사이 '균형 잡기'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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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커머스 업체를 필두로 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가 네이버(NAVER)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해외 직구’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불과하며, 차후 직구 시장이 네이버의 장기 성장성을 훼손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네이버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27만원을 유지하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 이커머스의 활주, 네이버엔 오히려 이득?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NAVER의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24.5% 증가한 4,113억원으로 전망했다. 서치 플랫폼 매출액은 8,7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다. 커머스 매출액은 13.5% 증가한 6,879억원으로 추정했다. 1분기 국내 커머스 시장 성장이 회복되고, 브랜드 패키지 등 신규 솔루션 판매에 따른 수익 창출이 본격화되며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네이버에 다소 불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직구 플랫폼이 네이버의 성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커머스 플랫폼의 마케팅 확대가 미국 빅테크의 호실적으로 이어졌듯, 중국 커머스의 적극적인 국내 공략 역시 네이버의 광고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최수연 네이버 대표 역시 한국투자증권과 유사한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최 대표는 2일 열린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커머스 업체들은 이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분명해 성장이 가파르다”면서도 “이들이 제공하는 상품 정보나 종류가 광범위한 만큼 네이버쇼핑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업체가 오히려 광고 부문에서는 전략적 협력사로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중국 이커머스가 실적 끌어내린다” 정반대 시각도

한편 문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초저가 상품과 무료배송 혜택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앱 시장 분석 업체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알리의 월간 이용자 수는 818만 명에 달했다. 11번가(736만 명)를 제치고 쿠팡의 뒤를 바짝 쫓으며 국내 2위 자리에 등극한 것이다. 지난해 7월 한국에 본격 진출한 테무는 1년도 안 돼 이용자 수(581만 명)가 지마켓(553만 명)을 뛰어넘었다.

일부 증권가는 중국 플랫폼의 매서운 성장세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SK증권은 25일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10.3%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남효지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에 대한 우려가 짙다”며 “중국 플랫폼들의 성장세가 거세고, 알리익스프레스가 수수료를 받지 않고 (고객을 적극 유인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국내 시장 진출로 인해 네이버의 전자상거래 부문 실적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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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역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아직은 상품 품질, 배송 등의 한계에 부딪혀 지배적인 입지를 점하지 못하고 있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이를 보완한다면 충분히 위협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최근 알리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사업을 위해 향후 3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가품 의심 상품 필터링 서비스 등을 구축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광고인가 커머스인가, 고민 빠진 네이버

중국 이커머스 업체는 국내 테크 기업 등에 거대한 광고 매출을 안겨줬지만, 동시에 토종 기업 위주로 움직이던 커머스 산업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몰고 왔다. 중국산 제품을 사입해 판매하던 중소 셀러들의 입지는 눈에 띄게 좁아졌고, 수많은 공산품이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초저가 상품’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다. 광고 산업과 커머스 산업 전반에 발을 걸치고 있는 네이버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국내 진출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네이버는 커머스와 광고 산업 사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월, 네이버가 산업통상자원부 중견기업정책관이 주재한 유통업계 간담회에 불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네이버는 애초 참석 의사를 밝혔으나, 돌연 취소한 뒤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간담회가 국내 유통 시장을 잠식하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던 만큼, 네이버에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하는 광고주인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의식해 참석을 취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의 광고 집행액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가 네이버에도 상당한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을 것이라 추산한다. 최근 테무가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광고에만 수백억원을 투입한 것을 감안하면, 국내에도 천문학적 규모의 마케팅 비용이 유입되고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직구 플랫폼은) 경쟁 상대일 뿐만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라며 “알리는 네이버 플랫폼에 데이터베이스(DB)를 연동해 광고를 집행 중이고, 테무 역시 광고 집행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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