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부터 전기 버스·화물차까지, 국내 시장 휩쓴 ‘중국산 전기차’

국내 시장서 밀려나던 테슬라, 중국산 '모델Y RWD' 출시로 부활
정부 보조금 깎아도 소용없다,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 찾는 시장
시장 점유율 키워가는 중국산 차량, 국산 브랜드 판매량은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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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Y/사진=테슬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국내 누적 판매가 6만 대를 돌파했다. 2017년 6월 국내 고객 인도를 시작한 이후 6년 5개월여 만이다. 가격을 낮춘 중국산 ‘모델Y RWD(후륜구동)’의 인기가 판매량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 모델Y RWD를 비롯한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영향력이 점차 커져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기아 등 국산 전기차 기업은 좀처럼 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중국산 모델Y’ 앞세워 날개 펼친 테슬라

테슬라는 올 초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테슬라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3,846대에 그쳤다. 전년 동기(6,750대) 대비 43%, 재작년 동기(1만1,649대) 대비 67% 감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7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가 국내 시장에 투입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 중국산 저가 모델인 모델Y RWD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 총 3,563대를 출고했다. 이로써 테슬라는 2017년 6월 국내 시장 진출 이후 최초로 누적 판매 6만 대를 넘기게 됐다. 올해 기준(1~11월) 누적 판매는 1만5,439대로 전기차 브랜드 내 압도적 1위였다. 수입차 시장 전체 기준으로는 BMW(6만9,552대), 메르세데스-벤츠(6만8,135대), 아우디(1만6,649대)에 이어 4위다.

지난 7월 국내 공식 판매가 시작된 테슬라 모델Y RWD는 가격 인하를 위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 교체를 통해 테슬라는 기존 7,000만~8,000만원대였던 모델Y 가격을 100% 보조금 지급이 가능한 5,699만원까지 낮췄다. 지역별 보조금 혜택을 더한 모델Y RWD 실구매가는 4,000만원 후반대에서 5,000만원 초반대다. 국내 모델Y RWD 출고량은 10월 2,814대, 11월 3,542대 등 총 1만1,059대에 달한다.

전기 버스·화물차 시장도 ‘중국산 열풍’

중국산 차량의 인기는 테슬라 모델Y RWD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 버스 1,874대 중 876대(47%)가 중국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시장 내 중국산 전기 버스 점유율은 55%에 달한다(지난 10월 기준). 트럭, 밴 등 전기 화물차 시장에서도 중국산 제품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신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산 전기 화물차 판매량은 2,300여 대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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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기 트럭 BYD ‘T4’/사진=BYD

중국은 지난 8월 독일을 제치고 월간 기준 최초로 국내 전기차 수입액 1위를 차지했으며, 10월까지 석 달 연속 1위를 유지한 바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석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고스란히 ‘중국산 차량’에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대로라면 중국 전기차가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국내 시장 전반을 잠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본격적인 중국산 전기차 견제에 나섰다. 우선 국산 차량이 주로 사용하는 삼원계 리튬 이온 배터리(NCM)를 탑재한 전기 버스에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안전 기준 규정 추가를 통해 중국산 버스의 보조금을 절반 가까이 삭감했다. 전기 화물차의 경우 AS센터 유무에 따라 보조금을 최대 20%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명확히 ‘중국산 전기차’를 겨냥해 보조금 제도를 손질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이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산 차량이 ‘보조금 구멍’을 거뜬히 메꿀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는 국내 시장서 ‘시름시름’

중국산 차량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불려 가는 가운데, ‘국산 전기차’ 대표 주자인 현대차·기아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올해(1~11월) 전기차 판매량은 5만8,893대 수준에 그쳤다. 전년 동기(6만8,076대) 대비 13.5% 줄어든 수준이다. 수소차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 판매량은 전년 동기 9,718대에서 올해 4,249대로 56.3% 감소했다.

11월로 기간을 좁혀서 보면 부진이 한층 명확하게 드러난다. 지난달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4,433대로, 전년 동기(7,989대) 대비 44.5% 급감했다. 지난해 11월 1,096대나 팔렸던 ‘넥쏘’는 올 11월 232대 팔리는 데 그쳤다. 판매량이 자그마치 78.8% 감소한 것이다. 기아의 11월 전기차 판매량은 2,107대로 전년 동월 대비 44% 감소했다(지난해 11월 이전 출시 모델 기준).

문제는 이들 기업이 특히 ‘국내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미국에서 연간 목표량(7만 대)의 66%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에서는 연간 목표량(10만 대)의 49.4%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기아 역시 유럽에서 연간 목표량(9만3,000대)의 56.1%를 달성했으나, 한국 판매 목표(8만5,000대) 달성률은 44.2%에 그쳤다. 중국산 차량이 국내 시장에서 날개를 펴는 동안 국산 브랜드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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