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앞세워 ‘네이버·카카오’ 숨통 조이는 정부, 누굴 위한 규제인가

文 정부 '온플법' 승계하나, 되살아난 '플랫폼 사전 규제' 논의
국내 플랫폼 기업 잡는 플랫폼법, 플랫폼·투자업계 "시장 후퇴다"
유럽의 '초강력 플랫폼 견제' 무작정 흡수한 정부, 이대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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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가칭, 이하 플랫폼법)’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플랫폼법이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보다 한층 강력한 플랫폼 규제안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다. 현 정부 기조인 ‘자율규제’와는 상반되는 규제 법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정부가 토종 플랫폼 기업의 발을 묶으며 되려 해외 기업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플랫폼 ‘사전 규제’ 골자, 온플법의 부활인가

플랫폼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카카오, 네이버 등 독점적 플랫폼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규제하는 것이 플랫폼법의 골자라고 본다. 시장에서 불공정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위들을 정부가 나서 선제적으로 저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사전 규제 대상이 된 플랫폼 기업들이 차후 서비스 혁신에 난항을 겪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플랫폼 업계는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온플법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하기 위한 ‘사전 규제’를 강조하는 법안이다. 당초 시장은 온플법이 정권 교체 이후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 전망해 왔다. 하지만 이번 플랫폼법 추진으로 인해 상황이 뒤집혔다. 정부가 플랫폼법을 앞세워 다시 한번 플랫폼 기업 사전 규제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이다.

플랫폼법은 미국 기업 견제에 중점을 둔 유럽식 규제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을 적극 규제하는 방식이다. 유관부처 등은 플랫폼법이 온플법보다 한층 강력한 규제안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대다수 국내 대기업이 플랫폼법 규제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플랫폼 업계 ‘비상’, 반대 의견 쏟아져

플랫폼법 시행 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국내 플랫폼 기업의 핵심 수입 창출로인 ‘멤버십 무료 서비스’다. 멤버십 전용 할인·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등 단순 혜택형 구독 서비스는 물론 △무료배송 △무료 반품 △쿠팡플레이 이용권 △쿠팡이츠 할인 등 계열사 혜택을 결집한 쿠팡 와우 멤버십 역시 끼워팔기·자사 우대 규제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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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플랫폼법에 대한 반대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IT 협회 연합체인 디지털경제연합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경제 불황과 더불어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합리적 소비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섣부른 사전규제는 소비자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역시 “근거 없는 섣부른 사전규제는 불필요한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영세 사업자의 판로를 잃게 해 소비자 후생의 후퇴를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플랫폼 스타트업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등극을 이끌었던 국내 벤처투자자들 역시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21일 이준호 소프트뱅크밴처스 대표는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는 더 이상 혁신적인 스타트업인 네이버나 배달의민족, 쿠팡 같은 기업을 한국에서 목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추진되는 플랫폼경쟁촉진법이 그대로 도입되면 토종 기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외국 플랫폼 기업이 반사이익을 보며 국가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U와 한국은 다르다, ‘무조건 벤치마킹’의 허점

실제 시장에서는 사전 규제가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과도한 규제는 국내 플랫폼 시장 전반의 침체를 야기하고, 거대 자본을 앞세운 미국 빅테크 기업의 국내 시장 잠식을 가속화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EU(유럽연합) 따라하기’식 규제안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EU와 국내 플랫폼 시장은 상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유럽 플랫폼 시장의 경우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로 꼽히는 글로벌 기업에 이미 점령당한 상태다. EU의 강력한 선제적 규제는 어디까지나 이들의 횡포를 막기 위한 ‘견제’의 성격이다. 반면 한국은 이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자국 대형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 견제를 넘어 국내 시장을 두고 글로벌 대형 플랫폼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입장인 셈이다. 국내 기업의 손발을 묶으면 결국 시장 경쟁에서 국가적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 거대 플랫폼 기업이 독과점으로 인해 국내 시장의 혼란을 야기한 것은 사실이다. 업계 역시 일부분 규제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만 시야를 고정해서는 안 된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중심축은 ‘플랫폼’이며, 탄탄한 자국 플랫폼은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열쇠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섣부른 플랫폼 규제는 결국 거대 글로벌 기업과 싸우기 위한 ‘무기’를 스스로 꺾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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