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요금 인상에 울상 짓는 전기차주들, 사실상 연료비 ‘역전’ 상황

1분기 한전 적자만 6조 넘어, 전기요금 인상 필연적 충전요금 ‘정상화’라곤 하지만, 차주들 ‘볼멘소리’ 터져나와 그럼에도 시장은 큰다?, “친환경 관심도 높아진 탓”

사진=pexels

전기요금이 인상됨에 따라 전기차 충전요금도 함께 오르게 됐다. 과도하게 저렴했던 전기차 충전요금이 정상화 수순을 밟는 것이다. 다만 이미 지난해 전기차 충전요금이 가파르게 오른 상황이라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요금 인상에 전기차 충전요금도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16일부터 적용하는 전기요금을 ㎾h당 5원 인상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이 장관은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전기요금을 지속적으로 조정해 왔음에도 여전히 과거의 요금 인상 요인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한전의 경영 여건이 매우 심각해졌다고 밝혔다. 실제 한전이 지난 12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한전의 적자는 무려 6조2,000억원에 달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기차 충전비용 인상도 확정됐다. 앞서 지난해 9월 한전의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 할인이 종료되며 전기차 충전요금은 가파르게 오른 바 있다. 결국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충전요금이 한 번 더 오른 것이다. 50KW급 충전기의 경우 1KW당 충전요금이 기존 292.9원에서 324.3원으로, 100KW급 충전기는 기존 309.1원에서 347.2원으로 상향 조정됐으며, 차지비 충전기는 완속의 경우 기존 259원에서 265원으로, 급속은 기존 279원에서 325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요금 인상 앞으로 이어질 듯, “이대로면 전기차 안 살 것”

특히 전기요금 인상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전기차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천연가스가 끊기면서 전기 생산에 어려움을 겪게 된 유럽 일부 국가에선 전기차 충전비가 휘발유 가격을 추월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당시 독일에서 전기차 테슬라 모델 3로 100마일(약 161km)를 주행하려면 18.46유로(약 2만6,794원)의 비용이 들지만, 동급의 내연기관 차인 혼다 시빅(EPA 연비 기준)으로 같은 거리를 달린다면 18.31유로(2만6,576원)으로 더 적은 비용이 들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으로 ‘충전요금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의 전기차 충전요금이 지나치게 저렴했던 것이란 지적이다. 다만 그렇다 해도 충전요금 급상승으로 인한 전기차 수요 감소는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부족한 인프라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충전 시간 등 ‘불편한’ 전기차를 구태여 이용한 이유는 바로 ‘저렴한 유지비’ 때문이었다. 그런 만큼 유지비가 인상됨으로써 전기차만의 메리트가 완전히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전기차주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내연기관차 대비 충전요금이 저렴한 게 전기차의 최대 장점이었는데, 이젠 그런 것도 없다”며 “전기요금이 계속 인상하는 추세라면 전기차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연료비 사실상 ‘역전’

최근엔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차 충전비용이 하이브리드카 주유비와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단 보도도 잇따라 나왔다. 특히 정부가 오는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힌 만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의 연료비의 ‘역전’은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다. 실제 전기요금이 빠르게 오른 미국에서는 이미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연료비를 넘어섰다. 공공정책 및 사업분석 컨설팅 기업 앤더슨이코노믹 그룹(Anderson Economic Group. AEG)의 최근 분석 자료에 따르면 내연기관 연료비는 100마일당 11.29달러(약 1만5,086원), 가장 저렴한 전기차의 주택용 완속 충전 비용은 11.60달러(약 1만5,091원)다.

세계적인 에너지 고공행진 여파로 전기요금이 크게 오른 반면 지난해 치솟았던 유가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도입이 우리나라보다 빨랐던 영국 또한 미국과 상황이 다르지 않다. 영국 왕립자동차클럽(RAC) 산하 조직 ‘RAC차지워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의 전기차 급속충전소 충전요금은 지난해 5월 44.55펜스(680원)에서 9월 63.29펜스(965원)로 약 42% 치솟았다. 이는 1마일에 약 18펜스로, 휘발유차 19펜스, 경유차 21펜스와 거의 같아진 것이다. 전기차의 장점으로 꼽히는 ‘저렴한 충전요금’이 무색할 정도다.

전기차는 요금뿐 아니라 배터리 가격, 화재 등 다양한 악재에 둘러싸여 있다. 사실상 보조금에 의존해 왔던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은 배터리와 주요 부품 가격 상승으로 매년 낮아지고 있는 데다, 이젠 낮은 연료비라는 강점까지 사라지고 있다. 특히 충전소 인프라 부족으로 전기차 확산이 어려웠던 우리나라에 있어 전기차의 장점은 사실상 ‘친환경 부심’ 하나 말곤 모두 없어진 셈이 됐다.

다만 그럼에도 전기차 시장의 규모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리포트링커(Reportlinker)가 발표한 세계 전기차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2조7,000억 달러(약 3,50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예상 시장 규모인 5,438억 달러(약 706조)를 기준으로 연평균성장률(CAGR) 21.6%를 적용한 수치다.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질 것이란 게 이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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