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Z세대가 취직을 못하는 이유 ⑧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한국의 전통적인 인재 채용 시스템 시험점수만을 중심으로 삼는 한국 시스템의 문제점 교육 개혁과 함께 변화되어야 하는 시험 문화

사진=픽사베이

‘시험 자본주의’라는 표현이 있다. 시험을 잘 치는 사람들에게 자본주의의 과실을 맛볼 기회를 제한적으로 제공한다는 비판을 담은 용어다.

고려시대의 과거시험부터 이어져 온 한국의 전통적인 인재 채용 시스템은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인재에게 우승열패(優勝劣敗)의 혜택을 몰아줬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확립된 현재의 공무원 채용 시스템도 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선발된 인력에게 채용의 기회를 열어주고, 나아가 고교 졸업 시점에 수학능력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대학입시를 결정, 대학 서열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대부분 결정되는 사회가 구성되어 있다.

능력주의는 자본주의의 핵심

뛰어난 역량을 갖춘 직업인을 고용하기 위한 고용주 간의 경쟁으로 급여가 결정되고, 그런 직업인들의 결합으로 얻어낸 시너지를 통해 뛰어난 상품을 생산·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이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할 때 시험을 통해 능력을 갖춘 인재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선별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준다는 것은 얼핏 보았을 때 틀린 주장이 아니다.

심지어 여당 공천혁신위원회는 ‘공천 필기시험’을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총선으로 확대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험’이 ‘시험 자본주의’를 넘어서서 피선거권을 결정하는 이른바 ‘시험 민주주의’ 시스템까지 등장한 것이다.

‘시험 민주주의’도 국민에게 가장 뛰어난 인재를 공천하겠다는 공당(公黨)의 정책이라는 점에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국민 역시 뛰어난 인재들에게 국정 운영을 맡겨야 최적의 대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험점수가 과연 능력을 담보하는가?

그러나 시험 점수가 과연 능력을 담보하는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의구심을 던져볼 만하다. 특히 국내식으로 시험을 잘 치는 기술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능력=시험점수’라는 잣대가 공정한 잣대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대기업 입사 준비생들이 널리 치르는 시험인 토익(TOEIC) 및 기타 영어 시험 점수와 실제 영어 실력은 1:1 비례 관계에 있지 않다. 되려 학원 등에서 시험을 잘 치는 기술을 빠르게 습득한 경우에 더 빨리 토익 시험을 ‘졸업’한다. 실력이 향상된 것은 아니지만 목표 점수를 더 빨리 받는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학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초·중·고 내신 지원 교육부터 위의 영어시험 준비학원 등 대부분의 사교육 시장은 실제 실력을 길러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단순한 시험점수를 올리는 기술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교육 전문가들은 미국, 일본, 서유럽에서는 실력 향상으로 시험점수를 얻지 않으면 ‘반칙’이라는 사고가 팽배해 있지만, 한국 및 중국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심지어 시험문제를 유출해도 불법이 아니라는 사고까지 만날 수 있는 만큼, 시험점수만을 잣대로 삼는 것에 대해 한 번쯤 반문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및 유럽에서 주로 이뤄지는 ‘전문 지식 기반 논술형 답안지’ 등이 도입되지 않는 이상 현행 한국 시스템에서 시험점수는 기능적인 요소로 인한 오차를 제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Z세대가 도전해야 하는 시험

이러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현재 Z세대들은 M세대들도 불평했던 그 불합리한 시험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다.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입사시험 1단계인 SSAT나 행정고시 등 국가 5급 공채에 치르는 PSAT, 그리고 그 외 법학전문대학원을 위한 LEET 등의 시험은 사실상 IQ 테스트로, 일정 수준 이하의 IQ를 갖춘 학생들이 그 바늘구멍을 뚫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IQ 테스트와 유사한 시스템이 한편으로는 효율적인 인재 채용 시스템이라는 근거 자료가 있는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Z세대 입장에서는 모든 도전이 시험으로만 둘러싸여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시험 탈락자는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등의 이른바 ‘꿀보직’을 차지하지 못하고 복지나 직업 안정성이 열악한 중소기업으로 몰려 나간다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시험이 전부가 아닌 세상 알려줄 방법 찾아야

전문가들은 한국 직업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을 정보 공유 실패에서 찾는다. Z세대 구직자들 대부분이 커리어를 알지 못한 채 단순하게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시험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압도적인 다수는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고, 이는 급여 및 기타 복지 조건에서 대기업과 공무원 조직 대비 평가가 나쁘지 않은 중소기업들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일례로 ‘빅데이터 전문 역량’을 길러준다는 데 초점을 맞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어차피 인재를 10년, 20년 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3~5년 정도 역량을 강화해주고 타 기업 이직을 돕는 게 우리의 목표”라면서도 “빅데이터 전문 역량을 난이도가 매우 낮은 사회조사분석사나 빅데이터전문기사 등의 시험을 통해서 쌓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례를 너무 많이 본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그런 시험에 합격해봐야 아예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수준이고, 대기업에서 빅데이터 전문 역량을 길렀다고 해도 국내 기업들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허당’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광고 관련 콘텐츠 업계 관계자도 “대기업에서는 협력사에서 전달받은 콘텐츠에 대해 평가만 할 뿐 실제로 실력이 전혀 늘지 않는데도 실력을 키우겠다며 대기업을 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차라리 외국계 기업에서 본사와 싸워가며 도전하거나 국내 중소형 외주전문업체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해야 실력이 늘 텐데 결국은 학벌만 좋고 유명 대기업 이력만 가진, 그렇지만 역량은 한참 모자란 인력이 되고 만다”고 토로했다. 결국 초·중·고·대학을 거치며 단순 암기식 시험과 단선적인 경쟁 이외에 다른 정보를 이해, 소화하는 경험을 쌓지 못한 탓에 기업들은 원하는 인력을 뽑지 못하고, 구직자들은 취업 실패에 따른 낙오감 속에 살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단순화된 시험 이외에 수많은 커리어가 있다는 것을 의무교육 과정 내내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공유함으로써 개개인의 꿈을 설계하고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미 시험만으로 선발할 수 없는 수많은 직업군이 있는 데다 그중 많은 직업군은 억대 연봉이다. 유튜버가 그렇고, 고급 디자이너가 그렇고,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그렇다. 자라나는 어린 세대가 표준화된 시험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20세기형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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