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스피 3,300 시절 고집하는 벤처기업 상장

과도한 유동성 등에 업고 ‘뻥튀기 청약’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반 토막 난 주가 무리한 기업가치 요구, 투자자 외면

작년 6월 25일, 코스피 종합주가지수가 3,302,84로 마감했다. 곧 3,500선을 찍는다는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지만, 1년 남짓이 지난 최근에는 2,400선 중반에서 횡보하고 있고 달러 환율이 계속 고점을 찍으며 코스피는 추가 하락세를 점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상장한 대형 벤처기업들, 1년 새 주가 반 토막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대규모 유동성이 풀린 탓에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났고 많은 벤처기업이 기회를 틈타 매우 높은 공모가로 상장을 시도했다. ‘매우 높은’이라는 표현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불과 1년도 안 되어 ‘공모가 사기’라는 표현까지 나오며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의 주가가 줄줄이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심지어 크래프톤의 경우 상장 첫날부터 흥행 참패라는 평이 나왔다.

6개월 남짓의 보호예수(신규 상장 시 최대주주, 기관 등의 투자자가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한 제도) 기간을 거쳐 시장에 나온 위 기업들의 우리사주도 상장 당시보다 반 토막이 나면서 카카오뱅크는 1인당 1억씩 손실 난 수준이라는 업계의 계산이 나올 정도였다.

카카오 크래프톤 상장 관련 키워드 연관 검색어/사진=구글 검색창 

당시에도 무리한 공모가, 심지어 ‘공모가 사기’라는 표현까지 증권가에 돌 정도였고, 해당 기업들 주가가 모조리 반 토막이 난 상태인데, 막 상장 신고식을 치른 쏘카와 상장 심사 중인 컬리 등의 벤처기업들이 코스피 3,300 시절 상장가를 고집하고 있다며 증권사 여론이 부정적인 추세다. 카카오, 크래프톤 상장으로 검색시 연관 검색어 키워드에는 ‘뻥튀기 청약’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과도한 유동성으로 인해 주가지수가 높았던 것일 뿐,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탄탄해진 것은 아니었다. 작년에 신고식을 치른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역시도 훌륭한 벤처기업들임에는 분명하나 성장성, 이익률 등의 지표로 볼 때 증권가에서 납득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기업가치를 요구했다.

거래시장에서 발행시장으로, 다시 거래시장으로

2019년 말에 만났던, 40대로 접어들며 명성이 다한 어느 펀드매니저가 “이젠 거래시장이 시들시들해지고, 발행시장 쪽으로 돈이 몰리는 게, 이쪽으로 방향을 잡아야겠다”고 인터뷰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벤처투자사(Venture Capital, VC)로 이직한 경우가 있었다. 그 전직 펀드매니저에게 최근 인터뷰를 요청하니 요즘 다시 거래시장 자리들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비슷한 경우가 많단다.

인력이 이렇게 움직이는 배경에는 돈의 흐름이 있기 때문인데, 작년의 과열 시장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금융가에서는 미국이 금리 상승을 중단하는 데는 최소 1년, 길면 2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리라 예측했다. 글로벌 시장의 유동성이 계속 줄어들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의미다. 시장이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작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인정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으니 증권가에서 좋지 않은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벤처기업들이 초창기에 뽑으려던 직원들에게 주려던 스톡옵션의 크기가, 중형 이상으로 성장하고 난 다음에 늦게서야 찾아왔을 때는 훨씬 더 작은 파이를 나눠주게 되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시장 상황이 바뀐 부분을 인지해서 금융시장에 접근해야 벤처기업 상장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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