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가요계 표절 논란, 원인은 구조적 문제

유희열 표절 논란, 가요계의 ‘레퍼런스’ 관행 온라인상 ‘표절’ 언급량 급증 음원 수수료 배분 구조적 문제 영향도

작곡가 겸 프로듀서 유희열의 ‘표절 논란’으로 인해 촉발된 가요계 표절 의혹이 이적, 이무진 등으로 번지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7월 22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시청자들과 작별했다. 앞서 유희열은 지난달 모 브랜드와 협업한 ‘생활음악’ 프로젝트를 통해 발표한 곡 ‘아주 사적인 밤’에 대한 표절 의혹에 휩싸였다. 해당 곡이 일본 영화음악 거장인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의 곡 ‘아쿠아(Aqua)’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따른 것이다.

가요계 유희열발 표절 의혹 

이에 유희열은 곡의 메인 테마가 유사하다는 데에 동의한다며 사과했다. 그는 지난달 18일, “사카모토 류이치는 긴 시간 가장 영향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저의 기억 속에 남아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며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희열은 ‘아주 사적인 밤’ 외에 다른 곡들에 대해서는 “지금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올라오는 상당수의 의혹은 각자의 견해이고 해석일 순 있으나 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든 부분들”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런 논란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제 자신을 더 엄격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유희열에 의해 촉발된 가요계 표절 의혹은 가수 이적으로 향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지난 2013년 발매된 앨범의 타이틀곡인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 브라질 가수의 곡 ‘루비 그레나(Rubi Grena)’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번졌다. 이와 관련 이적의 소속사 뮤직팜엔터테인먼트는 “표절이 아니다”라며 “이 의혹에 대해선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표절 논란은 가수 이무진에게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5월 발매된 이무진의 자작곡 ‘신호등’이 지난 2015년에 발표한 일본 가수 세카이노 오와리의 곡 ‘드래곤 나이트’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무진 소속사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20일 입장문을 내고 “‘신호등’은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겪은 감정을 토대로 만들어진 창작물”이라며 “전체적인 곡 구성과 멜로디, 코드 진행 등을 분석한 결과 유사 의혹이 제기된 곡과는 무관함을 알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키워드 ‘표절’ 언급량 기간별 추이/사진=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키워드 ‘표절’ 채널 카테고리별 언급량/사진=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표절 논란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에서 독자적으로 표절에 대한 인터넷상 언급량을 조사해본 결과, 가수 유희열 표절 논란의 여파로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언급량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표절에 대한 언급량은 7월 31일부터 급증했다. 언급량 최고치를 기록한 날짜는 8월 3일으로, 언급량은 약 5억3천만 건에 달했다. 이는 언급량이 급증하기 시작한 7월 31일 언급량 약 270만 건과 비교했을 때 약 196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러한 언급량은 언론 매체인 뉴스가 아닌 국민들에게 있어 접근성이 좋고 장벽이 낮아 비교적 쉽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매체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커뮤니티에서의 언급량은 약 25억 건으로 뉴스에서의 언급량 약 10억 건과 비교했을 때 2.5배 많았다. 표절에 대한 언급량이 국민들의 관심에 기인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유튜브에서의 언급량은 약 3억 건, 온라인 카페에서의 언급량이 약 1억 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구조적 문제가 그 원인

키워드 ‘표절’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사진=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키워드 ‘표절’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사진=파비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소

표절과 관련돼서 언급된 키워드를 네트워크 그림으로 정리해본 결과, 최근 한 달간의 표절 이슈는 음악 업계의 표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한 달간 언급량을 정리해보면 음악 표절이 국민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키워드 ‘표절’과 가장 밀접한 관련성을 나타내는 키워드로는 ‘노래’ ‘음악’ 등이 등장했다.(키워드간 색이 같을수록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표절 논란의 중심이 된 가수 ‘유희열’도 표절과 관련성 있는 키워드로 나타났다.(키워드간 선으로 선명하게 이어져 있을수록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또한, ‘문제’라는 키워드도 등장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국민들 모두 표절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치열한 경쟁 속 ‘레퍼런스’의 유혹

이러한 가요계 표절 논란은 우리 가요계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좀더 구체적으로 문제가 되는 곡의 유사성은 우리 가요가 세계적인 팝 스타들의 히트곡을 레퍼런스 하는 관행에서 비롯된다. 국내 가요계의 상당수 곡들이 레퍼런스(참고) 곡을 놓고 스타일과 느낌을 차용하는 방식으로 완성되다 보니 그러한 곡들은 곡의 전체적인 구성과는 별개로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레퍼런스 관행은 가수들의 활동 주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 1년에 한 장, 많으면 2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곡들이 만들어지고 발표된다. 실제로 2~3개월을 주기로 신곡을 발표해 활동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좀 더 빨리, 전과는 다른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순수한 창작보다는 레퍼런스에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이유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접근하면 현재 우리 가요시장이 이 같은 주기로 활동하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는데 있다. 유통사가 전체 음원 수익의 50% 이상을 가져가고 있는 상황에 가수와 제작자들이 좀 더 부지런하게 활동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음원 스트리밍 수익 구조를 보면 좀더 명확하다. 월정액 스트리밍의 정가가 보통 7,000원 선인 경우가 많은데, 사용자 한 명이 한 달 동안 1,000회의 스트리밍을 한다고 가정하면 스트리밍이 일어날 때 곡의 단가를 7원으로 정해놓고, 1,000을 곱한 수치이다.

이때 스트리밍 1회 단건의 경우 1.4원이 책정되지만, 대부분 사용자가 월정액에 가입하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므로, 7원을 기준으로 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사용자는 스트리밍 1회에 결국 부가세 포함 7.7원을 지불하게 된다. 이 7원은 현행 권리자 65% 징수규정에 따라 징수된다. 즉 35%인 2.45원은 사업자(멜론, 지니, 벅스 등)의 수수료로 지불되고, 65%인 4.55원이 권리자에게 돌아온다.

한편, 업계에서는 지난 2019년 5월 멜론을 운영했던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전격 압수수색 당하며 불법 편취 금액 182억원이 드러난 일이 있었다. 이른바 ‘낙전수입’을 조장하여, 정당하게 분배해야 할 매출의 상당 부분을 사업자가 가져가는 구조가 드러난 것이다. 과거 권리자:사업자=60:40의 비율이 실제로는 53:47 수준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권리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부당하게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각종 방법으로 여전히 성행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음원 수수료 배분의 구조적 문제도 한 몫

권리자에게 분배된 65% 중 10%인 0.7원은 저작권료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징수하여 수수료 9%를 제외하고 0.637원을 저작권자에게 분배한다. 몇 년 전 창설된 ‘함께하는한국음악저작인협회’도 꾸준히 회원을 늘리면서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있는데, 음저협과 같은 9%의 수수료를 제외하고 분배했다. 6%인 0.42원은 실연료로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가 징수하여 수수료 20%를 제외하고 0.336원이 실연자에게 분배되는 반면, 유통사에 돌아가는 금액은 65% 중 49%인 무려 3.43원이다. 거기에 20% 수수료를 제외하고 2.744원이 제작사에 들어간다.

보통 제작사는 곡 제작 후 유통사를 통해 음원사이트에 올리게 되고, 홍보나 마케팅에 집중한다. 유통사는 계약에 따라 0~30%의 수수료를 받고 각 음원사이트와의 협약에 따라 유통을 한다. 이때도 악행을 일삼는 유통사들이 여전히 많다. 특히 정산에 있어, 제때 지급하지 않는다던가, 창작자가 요구하지 않으면 해외수익을 모른 채 한다든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 가요제작자는 “아이돌 가수들의 활동 주기가 짧고 가수뿐 아니라 연기, 예능 등 활동 반경을 넓히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결국 이 같은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부 히트 작곡가에 대한 곡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도 레퍼런스 의존도를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곡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히트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히트곡을 많이 쓴 작곡가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 특히 한 번의 실패가 회사 자체의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는 작은 기획사의 경우 특정 작곡가 쏠림 현상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작곡가 입장에서는 곡 요청은 많고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는 담보해야 하며 안전한 히트 공식을 따라야 하는 까닭에 해외의 히트곡들을 레퍼런스하는 선택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다. 이 역시 생존문제에서 기인한다.

혹자는 대중문화 특히 대중음악이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창작자 입장에서 순수한 창작의 희열을 통해 완성된 작품으로 하나의 장르적 정의를 만들겠다는 소위 작가주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대중음악 뮤지션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또 그런 뮤지션을 대중들이 전혀 존중해 주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한다. 음악이 단지 돈벌이의 수단이나 도구로, 일종의 주문생산형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음은 분명 한 번쯤 되짚어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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