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PF 인력 수요와 부동산 시장 거품

<출처=픽사베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동산 PF팀은 증권사에서 제일 “예쁨받는” 팀이었다. 시행사 경력을 약간 갖춘 채 증권사로 넘어와, 부동산 개발업에 대한 시행사 측 입장을 투자자들에게 잘 전달해주는 것만으로 PF (Project Financing,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몇 건에 수억대의 인센티브를 챙겨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프로젝트 기간에 야근이 많았기는 하지만, 인력 부족을 여러 증권사에서 하소연했다.

계속될 줄 알았던 잔치는 올해 들어 빠르게 정리되는 중이다. 관계자들은 슬슬 부실 자산 점검에 들어가고 있고, 이자율이 높게 상승하면서 프로젝트 수익률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가 호황이었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대응 탓에 대규모로 풀린 유동성 덕분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2020년 들어 국내 부동산 미분양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시행사들은 일단 땅 사서 짓고 본다는 80년대 방식의 건설 전략으로 돌아왔다. 땅값 상승이 꾸준히 압박으로 다가왔을 것이나, 워낙 금융비용이 저렴했고, 투기수요까지 붙어 미분양이 실종 상태에 이르니 너도나도 시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올해 들어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미분양은 폭증하고, 투기수요는 실종되고, 금융비용은 매달 상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연쇄 부실의 가능성까지 예상해야 하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조성될 정도다.

전세계적인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가장 가까운 사례는 2008년-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당시 부동산 시장 위기는 미분양으로 인한 시행사 부도, 시행사에 PF 보증을 제공한 건설사들의 손실 도미노였다. 2008년까지 풀린 유동성에 덩치를 대규모로 키웠던 중대형 건설사들 상당수가 부도 위험을 겪었고, 위험 자산에 대한 노출이 큰 저축은행들도 위기를 겪었다. 당시 부동산PF에 후순위 대출액이 컸던 저축은행 대부분이 시장에서 퇴출 절차를 밟았다.

2022년부터 최소 1-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자금시장 경색이 부동산 PF 시장에 주는 영향은 그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보인다. 당시 PF 보증으로 치명타를 맞았던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PF 보증을 건설사가 아닌 증권사에 떠밀고, 준공에만 주력했다. 수익을 좀 덜 보더라도 위험을 부담하기 싫다는 것이다. 당시 위기를 겪었던 저축은행들도 이번에 몸을 사렸고, 캐피털사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즉, 이번 위기에 치명타를 맞을 곳은 증권사와 캐피털사가 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때는 건설업계 부실로 건설 관계자들 수천명이 실직하는 사태를 맞았던 것과 달리, 금융업계의 부실은 최악의 경우라도 금융감독기관들이 지난 몇 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며 배운 노하우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할 역량을 갖춘 만큼, 금융시장 전체로 퍼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부동산 PF 노출이 큰 캐피털사들은 자본손실 탓에 향후 몇 년간 국내 캐피털 업계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언제나 시장 자율에 개입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정책 접근이어야 하나, 유동성이 대규모로 풀린 코로나-19 대응기에 부동산 PF들을 미리부터 규제했었더라면 대부업계 건전성을 좀 더 확보할 수 있었지 않겠느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몇 년간 고액 연봉에 끌려 캐피털사로 이직한 금융인력들의 다음 5년은 어떻게 될까? 부동산 업계의 거품도 좀 차단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부동산 가격이 좀 덜 폭등하지는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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