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 끝났나” 삼성전자 재고평가손실 환입금 급증, 메모리 가격 회복이 견인

삼성전자 1분기 환입금 규모 2조원 안팎 추산
"불황 터널, 끝이 보인다" 메모리 제품 가격 정상화 영향
2022년 평가손실 4조4,000억원, 만회 찬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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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재고평가손실 환입금이 2조원을 웃돌았다. 당초 재고평가손실 환입금은 1조원대 수준이었으나,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자 뒤늦게 환입금 규모를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 기업, 환입금 대폭 확대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71조9,156억원의 매출과 6조6,0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중 반도체(DS) 부문은 1분기 매출 23조1,400억원, 영업이익 1조9,1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부문과 파운드리 부문의 별도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메모리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2조8,000억원 안팎에 머물 것이라 추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호실적은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환입 규모 확대가 견인했다. 재고평가손실이란 기업이 보유한 재고 자산의 가격이 하락했을 때 하락한 가격을 손실로 회계 처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반대로 재고 자산의 가격이 오르면 오른 만큼 충당금이 환입되고, 환입된 충당금이 매출 원가에서 차감되면서 영업이익이 확대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재고평가손실 환입금은 2조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역시 1분기 2조8,8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 역시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환입금 규모가 대폭 확대된 결과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에 판매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환입이 발생했고, 그 규모는 전 분기보다 상승한 9,000억원대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추가적인 재고평가손실 환입 인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규모는 점차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D램 가격 정상화 조짐

양사의 환입금 규모 확대 배경으로는 낸드플래시를 비롯한 메모리 제품 가격의 정상화가 지목된다. 낸드플래시는 올 초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실적 반등을 막는 ‘걸림돌’로 꼽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낸드 부문 적자는 2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해 2분기는 돼야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낸드플래시 공급사의 ‘감산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며 상황이 뒤집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시안 공장 팹 가동률을 20~30%까지 하향 조정하며 강도 높은 감산을 단행한 바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역시 낸드플래시 감산을 통한 가격 조정에 동참했다. 강력한 감산으로 낸드플래시 재고가 줄어들자 추후 가격 상승을 대비한 세트업체 등의 수요가 회복됐고,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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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가격 역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4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16.67% 상승한 2.1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달 말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2분기 서버 D램 계약가격 상승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15~20%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불황 당시 평가손실 메꿔질까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삼성전자가 업황 회복에 힘입어 2022년 발생한 대규모 평가손실을 본격적으로 메워갈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2022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52조1,879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1년(41조3,844억원) 대비 20.7% 증가한 수준이다. 품목별 재고자산은 △제품 및 상품 16조322억원(30.7%) △반제품 및 재공품 20조775억원(38.5%) △원재료 및 저장품 14조9,793억원(28.7%) △미착품 1조988억원(2.1%) 등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4조4,088억원에 육박한다. 이는 전년(2021년) 1조7,357억원 대비 154% 폭증한 수준으로, 당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평가손실 대부분이 반도체 부문에서 발생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2021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 침체 기조에 따라 반도체 업황 전반이 가라앉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삼성전자의 실적은 메모리 부문 재고자산 평가 손실과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인해 눈에 띄게 악화한 바 있다. 당시 매출은 302조2,31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8.0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3조3,76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99% 미끄러졌다. 2021년부터 삼성전자를 압박하던 기나긴 반도체 불황 기조가 수년 만에 꺾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지금이 삼성전자가 과거의 실패를 씻어낼 수 있는 ‘터닝 포인트’라는 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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