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업계 AI 투자 확대로 갈 곳 잃은 근로자들, 올해만 3만 명 넘게 짐 쌌다

2023년 3월 이후 최대 해고 규모
“계절적 요인 아닌 전략적 측면 해고”
채용 정상화-업무 자동화 겹쳐, 일자리 추가 감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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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 투자를 늘리기 위해 기존 인력 재조정에 나서면서 올해 들어서만 3만 명이 넘는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는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가 팬데믹 기간 이뤄진 과잉 채용을 정상화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대규모 해고 가속화를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타 “AI 부문 인력 보강, 기타 분야는 추가 해고”

11일(현지 시각)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크 업계 고용 및 해고 집계 사이트 레이오프를 인용해 마이크로소프트(MS), 스냅, 페이팔을 비롯한 총 138개 빅테크 기업이 올해 들어 최소 3만4,00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메타, 아마존, MS 등이 해고한 26만3,000명보다는 적은 수준이지만, 같은 해 3월 이후 최대 수치다.

통상 연초에는 테크 분야는 물론 대부분 기업은 다가올 1년간의 운영 계획을 수립하면서 인력의 이동 및 감원 등을 단행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빅테크 업계의 대규모 인원 감축을 이같은 계절적 요인보다는 전략적 측면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생성형 AI를 비롯한 AI 분야에 투자를 늘리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량 해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이에 대한 근거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2만 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한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는 올해 들어 생성형 AI 관련 인력을 대거 채용하는 동시에 기타 인력에 대한 추가 해고를 진행 중이다. 메타 측은 이와 관련해 “AI 부문 인력 보강이 예정돼 있지만, 전체 순 인력 증가는 최소화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소셜 미디어 스냅챗의 모회사 스냅도 전 세계 인력의 10%가량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스냅은 5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최우선 사항을 실행하기 위한 최고의 위치를 만들고, 기업의 향후 성장 지원을 위한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스냅의 정직원은 5,367명으로, 이번 해고로 500명가량이 직장을 잃을 전망이다.

메타와 스냅 외에도 MS가 지난 1월 게임 부문 인력 약 1,9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으며, 미국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옥타는 전체 직원의 7%에 해당하는 400여 명을 해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 독일 업무용 소프트웨어 기업 SAP는 AI 분야에 대한 집중도 제고를 위해 약 8,000개의 일자리를 줄이는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중장기적 투자 우선순위를 재평가하며 상대적 비핵심 부서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로저 리 레이오프 창업자는 “빅테크를 필두로 업계 전반이 팬데믹 당시 과도하게 채용한 인원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해고는 지난해보다 규모는 작지만, 보다 선별적이라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대량 해고는 기업 간 전염되고 있으며, 상황은 얼마든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죽은 나무 많다” 결론, 경영 효율화 바람 ‘솔솔’

연초부터 불어닥친 감원 한파 속에서도 기업들이 앞다퉈 AI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올해 초 수백 명의 직원을 내보낸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과 크라우드 소싱 방식 외국어 학습 플랫폼을 운영하는 듀오링고는 기존 일자리를 AI로 대체했음을 시사했고, 지난해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한 교육기업 체그, IBM, 드롭박스 등도 AI의 도입을 구조조정 배경으로 거론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투자 업계에서는 월가의 핵심 주제가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 예상치 발표에서 해고 등 비용 절감 조치로 변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는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이 기업의 운영을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일정 정도의 해고가 경기 연착륙을 위해서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제프리스의 브렌트 씰 애널리스트 또한 “빅테크 기업들이 내부 인력을 평가한 결과 ‘죽은 나무가 많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며 “기존 사업들을 재평가해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새로운 부문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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