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살길이었는데” EU 규제 부딪힌 아마존-아이로봇, 결국 M&A 결렬

"아마존-아이로봇, 시장 독점 우려 있어" EU 집행위 인수 불허
미국 FTC도 인수 반대, 단단한 규제 장벽에 결국 거래 불발
수년째 경영난 시달려온 아이로봇, 실적 침체 속 '생사의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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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규제 장벽을 넘어서지 못한 아마존이 결국 청소기 제조사 아이로봇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29일(현지시간) 아마존은 아이로봇 인수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아이로봇 역시 규제 승인 문제로 인해 인수합병(M&A)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수년간 이어져 온 협상이 수포로 돌아간 가운데, 경영난 속 1조9,000억원 규모 ‘빅딜’을 놓친 아이로봇은 순식간에 낭떠러지 끝까지 몰렸다.

“잘될 것 같았는데” EU 심층조사가 발목 잡

아마존은 2022년 8월 아이로봇 인수 소식 발표 이후 각 규제당국의 승인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지난해 6월에는 영국의 기업 규제 당국인 경쟁시장국(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으로부터 거래 승인을 따내기도 했다. 경쟁시장국은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가 영국 내에서 경쟁 문제를 야기하거나, 시장 내 경쟁자들을 불리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EU가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 건을 최종 승인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해당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EU 경쟁총국이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를 조건 없이 승인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아마존이 가장 어려운 관문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같은 해 7월 EU가 해당 인수 건에 의구심을 품고 심층조사를 단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전’했다는 평이었다.

하지만 EU의 ‘심층조사’는 쉽사리 아마존을 놓아주지 않았다. EU의 행정부 성격을 띠는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심층 조사 결과 아마존이 아이로봇을 인수하면 아마존 스토어에 대한 접근을 제한·저하해 아이로봇의 라이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예비적으로 밝혀졌다”며 “아마존의 통제로 인해 로봇 진공청소기 시장 내 경쟁이 제한돼 가격이 상승하고, 품질이 저하하며, 혁신이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시장 독점 우려를 제기하며 인수 거래를 멈춰 세운 것이다.

FTC까지 반기 들었다, 거래 물거품으로

두 기업이 EU로부터 거래 승인 권한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 내로 구제안을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아마존 측은 집행위원회의 우려를 해소하기에 적합한 방안을 내놓지 못했고, 집행위원회는 사실상 ‘인수 불허’를 통보했다. M&A가 결렬되면서 미국의 규제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를 반대해 왔다는 사실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FTC 직원이 지난주 아마존을 방문해 인수 중지를 위한 소송을 진행할 것을 알렸다”고 전했다.

업계는 전자상거래 독점 문제로 아마존과 갈등을 빚던 FTC가 규제의 칼날을 가는 동안 EU 측이 ‘선수’를 쳤다고 본다. 각 규제당국의 압박 끝에 아마존과 아이로봇의 합병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고, 아마존은 아이로봇 측에 9,400만 달러(약 1,249억원)의 계약 해지 수수료를 지급하게 됐다. 데이비드 자폴스키 아마존 총괄 법률 자문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가 성사되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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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결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아이로봇의 주가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인수 계획 무산 소식이 전해진 29일(현지시간) 아이로봇의 주가는 장중 15% 급락하며 15.5달러에 마감했다. 위기에 빠진 아이로봇은 차후 350명을 해고해 인력을 약 31% 감축하는 내용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창업자인 콜린 앵글은 M&A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CEO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했다.

경영난 위에 또 악재, 휘청이는 아이로봇

아이로봇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결단한 것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온 경영난 때문이다. 아이로봇은 인공지능(AI) 로봇청소기 ‘룸바’를 앞세워 로봇청소기 업계를 선점하는 데 성공했지만, 최근 △앤커(Anker)의 유피(Eufy) △로보락(Roborock) △샤크(Shark) 등 경쟁 브랜드에 밀리며 점차 영향력을 잃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로봇청소기 수요가 급감한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악재로 작용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와 아이로봇에 따르면, 아이로봇의 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6년 64%에서 2020년에는 46%까지 미끄러진 상태다. 실적 역시 뒷걸음질치고 있다. 아이로봇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5% 감소한 8억9,100만 달러(약 1조1,845억원)에 그쳤으며, 연간 영업손실은 2억6,000만~2억8,500만 달러에 육박했다. 체질 개선을 위해 △2022년 140명(당시 전체 직원의 약 10%) △2023년 85명(당시 전체 직원의 약 7%)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지만,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위태로운 경영 상황 속, 아마존의 인수 계획은 아이로봇의 유일한 빛이자 활로였다. 이번 M&A 결렬은 아이로봇에 있어 생사를 뒤흔드는 ‘치명타’인 셈이다. 아이로봇은 차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마진 개선에 집중하고, 점차 연구개발(R&D) 지출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새로운 도전보다 시장 내 ‘생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마존을 놓친 아이로봇은 과연 자력으로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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