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애플페이-현대카드에 국내 시장서도 EMV 컨택트리스 확산, 당면 과제는 NFC 단말기 부족

국내 상륙한 애플페이, 컨택트리스 카드도 덩달아 확대
완전 활성화 아직 요원하지만, 소비자 사이 컨택트리스 관심도는↑
단말기 보급 저조에 "국내용 개발 하자", 갈라파고스 한국 변화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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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한 후 해외에서 주로 사용하는 ‘컨택트리스 카드’가 국내 결제시장에서 보편화하기 시작했다. 애플페이 도입 1년의 성과다. 아직 전용 단말기 보급 저조 등 각종 문제가 산재해 있는 상황이긴 하나, 컨택트리스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변화가 시작됐단 점은 전문가들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에 도입된 지 이제 막 1년이 된 애플페이가 한국의 갈라파고스화에 균열을 내는 메기가 된 모양새다.

도입 1년 애플페이, 번져가는 EMV 컨택트리스

21일, 애플페이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막 되는 날이다. 애플페이는 지난해 3월 21일 현대카드와 손잡고 처음으로 국내 편의점 등에서 결제를 지원했다. 애플페이 도입 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EMV 컨택트리스 카드의 보편화다. 컨택트리스 카드란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바로 결제가 이뤄지는 카드로, 빠르고 보안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어 해외에선 대부분 컨택트리스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컨택트리스 결제 규격 중 가장 대표적인 건 EMV인데, 이는 국제카드사인 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가 만든 것으로 전 세계에서 두루두루 쓰인다. 애플페이 또한 EMV 컨택트리스 방식으로 결제를 지원한다.

애플페이가 들어오면서 국내 카드사 사이에서도 EMV 컨택트리스 기능이 유행처럼 번졌다. 당초 애플페이 도입 전엔 단말기에 긁거나 넣는 MST(마그네틱보안전송)나 IC(집적회로스마트카드) 방식의 결제만 지원하는 카드가 대부분이었고, 이에 따라 국내에 NFC 단말기 자체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 때문에 해외를 찾는 한국인이나 국내에서 관광하는 외국인이 카드 결제를 할 때 불편을 겪어 갈라파고스화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애플페이의 상륙을 이끈 현대카드는 적극적으로 EMV 컨택트리스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발급한 신용카드의 99%에 EMV 컨택트리스 기능을 지원한다. 업계 1위 신한카드도 애플페이 도입이 가시화한 2022년 하반기부터 신규 출시한 모든 해외겸용 카드에 이 기능을 넣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카드의 해외겸용 신용·체크카드 상품 중 EMV 컨택트리스가 적용된 카드는 71종이다. 나머지 카드사도 새로 선보이는 카드에 EMV 컨택트리스 기능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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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결제 편의성 대폭 확대, 결제액도 ↑

EMV 컨택트리스 카드가 국내에 보급되면서 해외 결제 편의성이 대폭 확대됐다. 해외에선 이미 EMV 컨택트리스 카드가 보편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외 결제량도 늘어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9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회원이 해외에서 일시불·할부로 결제한 금액은 13조5,608억원이다. EMV 컨택트리스 카드가 보편화하기 전인 2021년 9조4,685억원에서 43% 급증한 수준이다. 특히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현대카드의 해외 결제액(개인 신용카드 회원 기준)은 지난해 2조7,258억원으로 1년 전 1조5,593억원에서 75% 뛰었다.

다만 국내 결제시장에서 EMV 컨택트리스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 애플페이 확장성 자체가 낮기 때문이다. 단말기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애플페이는 EMV 규격을 기본으로 사용하는데, EMV는 Europay, MasterCard, Visa의 줄임말이다. 즉 EMV는 해당 회사들이 합작해서 만든 규격이라는 의미다. 컨택트리스 결제는 EMV 규격이 승인된 NFC 단말기에서만 가능하다.

국내 주요 카드사에서 해외겸용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이 해외에서 어려움 없이 오프라인 매장 등에서 대면 결제를 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규격 덕분이다. EMV 중에서도 특히 EMV Contactless가 비접촉 결제를 지원하는데,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해당 기능이 퍼지지 않아 컨택트리스의 명확한 사용처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에 국내 결제시장에선 NFC 업그레이드형 컨택트리스 방식이 삼성페이의 대체제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애플페이는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비접촉 결제는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도 컨택트리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다.

단말기 보급 지지부진, 국내용 단말기 개발 목소리도

이처럼 컨택트리스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통상 해외겸용 카드는 국내겸용 카드보다 연회비가 비싼데, 정작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NFC 단말기의 국내 보급이 상술했듯 지지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사실상 소비자에게 과도한 수수료 비용이 전가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외국 카드사 수수료 지급과 결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발급된 해외겸용 카드는 총 9,685만8,000장이나, 이 중 해외가맹점에서 한 차례도 결제하지 않은 카드는 약 89.6%(8,679만1,000장)에 달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최근 6년간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한 로열티만 7,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일각에선 국내용 NFC 컨택트리스를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NFC 단말기나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단말기는 국내용 카드 결제나 간편결제 전용이 대부분이라 저변 확대에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용 카드를 훨씬 많이 사용하는 상황에서 국내용 컨택트리스가 없이 무조건 EMV 컨택트리스를 사용해야 하는 건 해외 카드사와의 협상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국내 전용의 컨택트리스를 개발해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용 단말기 개발 목소리가 나온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컨택트리스 보편화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의미기도 하다. 국내 시장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단 것이다. 애플페이라는 이름의 ‘메기’로부터 시작된 갈라파고스섬 붕괴가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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