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내놓는 야심작 ‘비전프로’, 애플이 공략하려는 시장은?

애플, 이달 19일 미국에서 ‘비전프로’ 사전예약 진행
“주용도 게임 아냐” 발표에도, 'VR 게임사들' 시장 대응에 분주
팀 쿡 “비전프로는 개인 극장”, TV 및 영화관 산업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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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MR(혼합현실) 기기 ‘비전프로’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게임사들이 비전프로 출시에 맞춰 VR게임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기대와 달리 성과가 미진했던 XR(확장현실) 기기 시장의 분위기도 반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애플이 게임보단 콘텐츠 시청 플랫폼으로서의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TV와 영화관 등 관련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거란 분석도 제기된다.

가까워오는 비전프로 출시일, 관련 업계 ‘떠들썩’

15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XR 기기 비전프로의 공식 판매일은 2월 2일로, 미국에선 이달 19일부터 사전예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출고가는 3,499달러(약 460만원)로, 메타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MR 헤드셋 ‘메타퀘스트3’의 출고가(499달러·약 67만원)보다 무려 7배 가까이 비싸다. XR은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AR), 혼합현실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비전프로는 애플이 2015년 애플워치 출시 이후 처음으로 내놓는 야심작으로, 별도의 ‘비전 OS’를 기반으로 작동되는 고글 형식의 기기다. 음성, 눈동자, 손동작 등으로 제어하는 공간 컴퓨터로도 불리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 기기 중 가장 진보된 제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비전프로가 출시됨에 따라 침체돼 있는 XR 기기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XR 시장의 성과는 메타에 이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2’ 출시에도 당초 기대와 달리 미진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내 VR 헤드셋 및 AR 안경 등 관련 기기의 총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40% 가까이 줄었다. 시장조사기관 IDC 관계자는 “아이폰·아이패드 등을 탄생시킨 애플의 비전프로는 시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애플에 자극받은 경쟁사들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혁신을 일으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VR 게임을 비롯한 XR 콘텐츠 분야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사들은 비전프로 출시에 맞춰 XR 시장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은 메타퀘스트와 같은 일부 기기와 연동하고 있지만, 앞으론 애플, 삼성 등의 빅테크와도 협업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을 제공할 방침이다.

“기존 VR들과 다르다” 선 그은 애플

다만 애플은 아직까진 비전프로에 VR 게임 컨트롤러를 지원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블룸버그는 “애플이 비전프로용 자체 게임 컨트롤러를 계획하고 있지 않으며, 타사 VR 액세서리 지원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팀 쿡도 비전프로가 “구글과 메타의 VR(가상현실) 제품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어왔다. 특히 VR 게임 컨트롤러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을 제공하는 메타와 달리, 애플은 별다른 액세서리 없이 손과 손동작, 음성만을 통해 제어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비전프로를 통해 우선적으로 OTT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나 TV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팀 쿡이 지난해 여름 애플 파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비전프로를 ‘개인 극장(a personal movie theater)’이라 명명한 것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비전프로를 단순한 가상현실을 구동하는 게임 기기가 아닌, PC와 스마트폰을 넘어 우리의 생활 공간 자체를 디지털화하는 도구로 보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시청 플랫폼으로서의 가치에 중점을 둔 애플의 선택은 공간의 장벽을 뛰어넘는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애플의 신제품 설명회에서 보여준 비전프로의 구현 모습은 마치 SF 과학소설 속 한 장면과 같다. 비전프로로 OTT를 시청하면 디즈니 캐릭터들이 집안을 뛰어다니고, 때로는 마블 영화 속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나아가 맥과 연동하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처럼 눈앞의 거대한 4K 디스플레이에 여러 창을 띄워놓고 업무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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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프로’ 사용 모습/사진=애플

XR기기 대중화가 산업계 미칠 영향

일각에서는 향후 비전프로 사용이 활성화됨에 따라 TV와 프로젝션 스크린, 모니터 등 관련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테크 전문 매체 인버스는 “비전프로처럼 휴대가 가능하고 모든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는 기기가 나온다면 최신형 TV에 3,000달러 이상을 쓰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며 “또 모니터와 PC를 여러 대 사용해야 하는 직업군들이 비전프로를 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모니터나 일부 IT 기기 시장도 타격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비전프로의 원가 절반이 디스플레이에 집중돼 있다. 시장조사업체 F&S에 따르면 애플 비전프로에 탑재되는 최첨단 디스플레이패널 마이크로 OLED의 부품원가 비중은 전체 생산단가의 50%, 판가의 20% 수준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비전프로의 경우 스마트폰과 달리 눈과 디스플레이 패널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선 높은 화소 밀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전프로엔 전체 화면과 대형 화면의 이미지를 제공하는 영화관 옵션이 포함돼 있어 콘텐츠를 4K로 즐길 수 있는 만큼, 매해 이용 요금이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는 영화관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면치 못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비전프로의 비싼 출고가를 고려할 때 당장 영화관 산업에 미치는 여파가 크진 않겠지만, 비전프로의 대중화 시기를 전제로 일반인에게 XR 기기가 보급되는 속도만큼 극장 수가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국내 한 테크 리서치 업체 대표는 “비전프로와 같은 XR 기기를 30분 이상 실제로 경험해 본 사람들에 따르면 화질과 몰입도 측면에서 극장에서의 콘텐츠 시청 경험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면서 “안 그래도 코로나19 팬데믹과 OTT 시대의 개막으로 영화관이 엄청난 피해를 본 가운데 업황이 급속도로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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