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타이틀 노리는 인도, 전기차 관세 인하 카드로 테슬라 공장 유치에 총력

70~100% 고율 관세 15% 수준으로 하향 조정 검토
역내 관세 인하·징벌적 관세, 중국산 전기차 견제 나선 주요국
팽팽한 줄다리기 속 반사이익 인도 "글로벌 전기차 허브 될 것"
2022년 6월 뉴욕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기가팩토리 설립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나렌드라 모디 X(옛 트위터)

인도 정부가 향후 5년간 전기차 수입 관세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 공장 유치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인도는 그간 중국이 쥐고 있던 ‘글로벌 생산 기지’ 타이틀을 빼앗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다.

1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를 비롯한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다국적 전기차 제조업체들에 자국 내 생산기지 건설을 조건으로 5년간 관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검토 중인 관세율은 15% 수준으로 전해졌다.

3,000만원대 저가 모델로 인도·전 세계 공략 나서는 테슬라

인도의 관세 인하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공장 유치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인도는 차량 가격이 4만 달러(약 5,290만원) 미만인 수입 전기차에는 70%, 4만 달러 이상 전기차에는 100%의 높은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2021년부터 인도 공장 설립을 위해 현지 정부와 세부 사항을 조율해 온 테슬라는 생산에서 유통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일정 기간 관세 인하 등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그러면서 “일종의 일몰조항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정 기한이 지나면 법령의 전부나 일부의 효력이 없어지는 형태로 관세율이 조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테슬라의 인도 공장 설립에는 속도가 붙게 됐다. 지난해 말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인도 정부와 접촉한 테슬라 경영진은 3만 달러(약 3,900만원) 미만 보급형 전기차 생산을 통해 인도를 글로벌 생산허브로 삼을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형 전기차로 현지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테슬라는 오는 2030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2,000만 대까지 확대하기 위해 저가형 전기차 모델 개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도 정부도 테슬라 생산 시설을 유치해 전기차 생산 허브가 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지난해 476만 대의 신차가 판매되며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에 올랐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전체 자동차의 30%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인도의 전기차 시장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다, 현지 소비자에 어필하기 위한 저렴한 가격 경쟁력이 필수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 공장 유치와 3만 달러 미만 저가 모델 생산은 현지 전기차 비중 확대와 일자리 창출, 글로벌 생산망 내 입지 구축 등 인도에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인 셈이다.

이에 지난 6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 방문 일정 중 뉴욕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기가팩토리 설립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관세 업무를 담당하는 인도 상무부의 피유시 고얄 장관이 16일 개최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에 참석해 머스크 CEO를 만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 시장 장악, 브렉시트 여파 최소화해야”

전 세계 각국이 전기차 비중 확대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기술력을 갖춘 국가들의 전기차 공장 유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가 무서운 속도로 전 세계를 점령해 나가자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의 자동차 산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8%로, 유럽산 전기차 대비 평균 20% 저렴하다는 강점을 앞세워 2025년에는 15%까지 점유율을 확대할 전망이다.

이에 지난 9월에는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가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EU-영국 간 전기차 관세 규정을 2027년까지 최소 3년간 유예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ACEA 협회장인 루카 데 메오 르노 CEO는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유럽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해 자동차 출고가를 올리는 것은 올바른 조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관세 부과로 인한 전기차 가격 상승은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감식을 앞당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ACEA는 앞서 지난 3월에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테슬라 중국 상하이 공장 전경/사진=테슬라

미국인이 테슬라 자동차 사는데 중국에서 수입?

관세 인하를 검토 중인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는 중국산 자동차에 징벌적 관세를 추가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 하원 ‘미국과 중국 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 공화당 의원이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현행 25% 관세율을 인상할 것을 촉구하면서다. 갤러거 의원은 “중국산 자동차가 미국 자동차 산업과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파악하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려는 그들의 산업 전략에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중국산) 수입 급증을 막기 위해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일부 미국 자동차 업체가 중국에서 만든 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이는 수입 차량에 대한 지금의 관세 수준이 불충분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갤러거 의원이 언급한 전기차 업체는 테슬라로, 테슬라는 자사 최저가 모델인 모델3를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해당 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저렴한 비용을 앞세워 전 세계 전기차 업체들을 유치하려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인도가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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