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C 시장 활성화 추세인데, 韓서는 ‘꽉’ 막혔다

커져가는 BDC 시장, 미국에서도 ‘열풍’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용이한 BDC 1980년부터 BDC 도입한 美, 반면 韓은?

사진=pexels

지난 2018년 금융위원회는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본시장 혁신 과제’에서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usiness Development Company, 이하 BDC)의 도입을 위한 개선방안 마련 계획을 발표했다. BDC 도입을 통해 풍부한 민간 자금이 중소·벤처기업으로 원활히 흘러 들어가 우리 경제의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단 취지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국내 BDC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美서 주목받는 BDC 시장

최근 미국에선 BDC 시장이 벤처캐피털(VC)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 배당수익률이 10%를 넘어서는 등 상당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여전히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증권사·자산운용사들이 관련 상품 출시를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에도 진전이 없는 것이다.

미국 증시에선 이미 다수의 BDC 종목이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되고 있다. 특히 미국 내 BDC 투자는 일종의 ‘인컴 투자’로 평가받는다. 대부분의 BDC 종목들이 높은 배당수익률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 가장 자산 규모가 큰 아레스캐피털(ARCC)의 연간 뱁당수익률은 10.6%에 달한다. 허큘리스캐피털(HTGC)과 블랙록TCP캐피털(TCPC)의 배당수익률도 각각 13.3%, 12.7%로, BDC 관련주의 배당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대부분의 편입 자산이 대출 상품이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변동금리인 대출상품의 이자율이 크게 오르면서 순 투자소득 및 배당지급액도 자연스럽게 증가한 것이다.

BDC란?

BDC는 공모를 통해 모집한 자금으로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투자 목적의 회사를 일컫는다.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거래소에 상장해 투자금을 모은 뒤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을 이용하는데, 이는 즉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거래소에 상장한 뒤 비상장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이뤄나간다는 의미다.

전체적인 구조는 이렇다. 우선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VC 등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 BDC를 설립한다. 이후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상장하면 이를 유니콘 기업 투자에 활용한다. 이때 투자를 받는 기업이 성장해 기업가치가 상승하거나 배당, 인수합병을 통한 매각 등을 추진해 발생한 수익금은 BDC를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로 돌아간다.

BDC의 가장 큰 장점은 투자자들의 회수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다른 비상장 투자 펀드들은 제대로 상장이 되지 않아 자금이 5년 이상 묶이는 경우도 발생하지만, BDC는 상장 이후부터 곧장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또 활발하게 비상장 투자에 나서는 기관전용사모펀드(구 PEF)와 달리 일반투자자의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개인들의 공모를 통해 증시에 입성하게 되는 것이다. 증권사 등 BDC 운영사는 자기자본을 투입하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으며 개인투자자는 간접적으로 비상장사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위험성도 존재한다. BDC의 비즈니스 모델엔 다른 회사에 대한 투자를 위한 차입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막대한 부채를 초래할 수 있다. 또 경제 상황이 안정적일 땐 수입 증폭이 가능하나 경기 불황 상황 속에선 손실이 가속될 우려도 있다. 신용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BDC는 중소기업에 투자를 하기 때문에 BDC 포트폴리오의 품질을 평가해 BDC가 투자 포트폴리오 내에서 채무 불이행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BDC에 높은 수준의 채무 불이행이 이어질 경우 주주들에 대한 분배 유지 능력이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논의된 지 4년 넘었는데, 여전히 ‘지지부진’한 BDC 논의

업계에선 BDC를 제대로 도입할 경우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도 다양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BDC 도입에 대한 업계 전반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하다.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4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국회정무위원회에 계류되며 추진 동력이 좀처럼 붙지 않고 있는 탓이다.

투자 업계에선 BDC 논의 진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BDC에 얽힌 이해당사자들의 속내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벤처투자의 주도권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빼앗아 오기 위해 BDC를 적극 추진 중이지만, 참여 주체인 일부 VC들과 자산운용사들은 시큰둥한 모양새다. 이뿐만 아니라 정무위 소속의 야당 국회의원들도 BDC의 악영향을 우려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한편 미국은 지난 1980년부터 BDC를 도입했다. BDC는 도입 이후 발생한 금융위기를 전후로 운용자산 규모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해 현재 미국 모험자본시장의 중요한 투자기구 중 하나로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2003년에서 2018년까지의 BDC 전체 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2003년 자산(Total Asset)은 32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08년 이후 자산이 급격히 증가해 2018년 900억 달러에 육박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초 BDC는 미국에 처음 도입될 당시 미국 VC 시장에서 많이 이용되지 못했다. 이미 초기 단계의 미국VC 시장에 자금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BDC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게 됐다. 규제 대상에서 BDC만 제외된 덕분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벤처투자 혹한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초기 단계의 벤처 시장에 자금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의 BDC 시장이 성장하던 시기와 비슷한 조건이다. 그러나 미국은 VC도 BDC의 운용사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만을 적격운용사로 포함시키고 있다. 규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BDC가 성공적으로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선 기존의 VC 시장에서 많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VC를 BDC 운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국회에선 현 VC 투자 상황을 고려해 BDC 도입에 대한 디테일을 보다 진중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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