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투자 유치한 사피온, ‘국산화’ 넘어 새로운 ‘꿈’ 이룰 수 있을까

사피온, GS·대보그룹서 첫 투자유치, 기업가치 5,000억 인정 받나 원천기술 100% 보유한 사피온, AI 반도체 ‘국산화’ 이뤘다 ‘효율성’ 강조한 사피온,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기술력

사진=사피온 홈페이지 캡처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이 GS그룹 계열사 및 대보그룹 등으로부터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고 GS건설·GS네오텍·대보정보통신과 AI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GS계열사와 대보그룹은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Ascent Equity Partners)를 통해 사피온에 대한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피온에 따르면 해당 투자 라운드는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시장에선 이번 투자가 최소 500억원 규모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가 현실이 될 경우 사피온은 약 5,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사피온과 GS건설·GS네오텍·대보정보통신은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공공분야 AI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미디어, IoT(사물인터넷), 스마트 팩토리,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스마트시티, 유통 등 파트너십의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투자는 사피온의 기술력이 다양한 사업 영역에 실제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 사피온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더 나은 양질의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투자사들과 긴밀히 협력할 방침이다.

사피온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3분의 1 차지할 것”

사피온은 국내 최초로 대화형 AI ‘챗GPT’의 원천기술 격인 ‘트랜스포머(Transformer)’를 가속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 2월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IT 및 ICT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 참가해 ‘사피온 X220’ 기반의 언어 및 영상 어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날 전시회에서 사피온은 대표적인 질의응답 데이터셋인 ‘스쿼드(SQuAD, The Stanford Question Answering Dataset)’를 활용해 주관식 수능 시험과 같은 방식으로 주어지는 지문과 문제를 AI가 고속으로 풀어내는 데모를 시연했다. 또한 X220을 최신 GPU와 비교하며 사피온 X220이 최신 GPU의 4배에 달하는 전력 대비 성능을 지녔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사피온의 AI 반도체와 SK텔레콤의 이미지 화질 개선 기술, 슈퍼노바(SUPERNOVA)를 기반으로 개발한 두다지(AI 반도체 미들웨어 개발 업체)의 ‘매직 터치’ 앱도 선보였다. ‘매직 터치’는 오래된 사진이나 저해상도 사진을 실시간으로 업스케일링 해주는 스마트폰 앱이다. 이번 ‘매직 터치’ 시연을 통해 사피온은 자사의 출중한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아울러 사피온은 AI 반도체 관련 원천기술을 100% 보유함으로써 AI 반도체 ‘국산화’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사피온은 AI 반도체 원천기술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까지 100% 내부 기술로 개발했다. 이와 관련해 사피온의 류수정 대표는 “수입에 의존하던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드디어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힘줘 말했다.

현재 AI 반도체 응용처 중 데이터센터 추론 서비스 반도체 시장 및 자율주행 반도체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사피온은 앞으로 AI 반도체 칩을 기반으로 한 AI 알고리즘과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등 다양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류 대표는 “우리 사피온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류수정 사피온 대표가 2022년 9월 17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K-나이트(Night) 2022’에서 도전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사피온

‘효율성’ 극대한 사피온, 삼성전자 마음까지 열었다

이런 가운데 사피온이 오는 2024년 출시할 자율주행 전용 AI 반도체 ‘X340’을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도맡아 생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이 사피온이 개발한 AI 반도체 생산을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사피온은 대만의 TSMC 공정을 통해서만 제품을 출시해왔다. 앞서 출시한 ‘X220’ 생산도, 올해 하반기 출시될 ‘X330’ 생산도, 모두 TSMC의 몫이었다. 때문에 ‘무늬만 국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번 ‘X340’을 통해 사피온의 AI 반도체를 대만 TSMC 공정만으로 생산한다는 공식이 완벽히 깨졌다.

삼성전자는 사피온이 강조하는 ‘반도체의 효율성’에 마음을 연 것으로 보인다. 사피온의 최대 장점은 AI 추론에 특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아키텍처 설계에 있다. 같은 연산을 수행하더라도 사피온은 하드웨어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해 타사 제품 대비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하면서도 낮은 소비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력 덕분에 최근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 공정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놓을 수 있었다.

사피온에 있어 ‘반도체 효율성’은 자사 기술력의 정수다. 지난 2020년 출시된 사피온의 ‘X220’은 20nm 공정을 적용해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신 공정으로 생산된 경쟁 제품만큼의 전력 효율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하반기 출시된 ‘X330’의 경우 추론과 학습이 모두 가능해 효율성에 더해 범용성과 비용 절감까지 확보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AI 반도체, 추후 반도체 시장 주축 될 듯

최근 반도체 전문 업체들은 AI 반도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GPU 업체 엔비디아와 AMD가 기존의 컴퓨팅용 CPU 강자였던 인텔을 제치고 자율주행 차량용 AI 칩 및 AI 훈련용 고성능 컴퓨터(슈퍼컴퓨터)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AI 반도체 개발에 엔비디아와 AMD가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AI 알고리즘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산업과 응용 분야에서 널리 보급되어 있었으나, 그 성능은 기존의 CPU보다 저열한 경우가 많았다. AI 처리에는 CPU를 넘어서는 성능이 요구되는데 과거의 기술력으로는 이를 실현하기 어려웠다. 이에 일부 회사들은 AI 알고리즘의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GPU와 구글의 AI 가속기인 텐서처리창지(TPU) 등 새로운 하드웨어 제품을 개발하고 나섰다.

그만큼 사피온의 경쟁 상대도 많다. 현재 머신러닝을 위한 GPU는 대부분 앤비디아와 AMD가 독점 생산하는 양상이다. 사피온이 효율성을 극대화해 앤비디아 등 타사와 차별점을 두었다곤 해도 여전히 기술적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아마존의 경우 정확성보다 속도를 더 우선시하는 그라비톤(중력양자)칩을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사피온이 그토록 강조하는 효율성이 꼭 모든 분야에서 중요시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앞으로 반도체 시장의 주축은 AI 반도체가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오는 2026년엔 900억 달러(한화 약 119조3,1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피온은 이 같은 거대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저 ‘꿈’일 뿐이다. 사피온의 기술력은 아직까지 미숙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피온의 기술력이 앞으로 완숙될 수 있을까. AI 반도체 국산화를 이뤄내고 삼성전자의 마음까지 열게 만들었듯, 사피온의 다음 ‘꿈’도 실현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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