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K-로켓 최초 발사, ‘뉴 스페이스’ 시대 시작됐다

우주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 발사체 발사 시험 성공적 과도한 1등 경쟁 안 돼, 중요한 건 1등 아닌 ‘혁신’ 실패 비웃는 분위기 바꿔야, “실패는 하나의 옵션”

19일(현지 시각)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국내 민간기업 자체 개발 발사체 발사 시험이 시행됐다.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의 ‘한빛-TLV’가 하늘 높이 날아오른 것이다. 이번 발사 시험은 향후 이노스페이스의 위성 발사 서비스 사업을 위한 2단형 소형위성 발사체 ‘한빛-나노’에 적용될 추력 15톤급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의 비행 성능 검증을 위해 이뤄졌다.

한-TLV는 자체 발사대에서 점화된 후 106초간 안정적으로 연소한 뒤 약 4분 33초 동안 정상 비행 후 브라질 해상의 안전 설정 구역에 낙하했다. 당초 목표였던 엔진 연소시간 118초와는 어느 정도 간극이 있었으나 비행 상황에서 엔진이 추력 안정성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최종적인 성공 여부는 브라질 측이 발표한다. 한빛-TLV가 브라질 공군 산하 항공과학기술부(DCTA)의 관성항법시스템 시스나브(SISNAV)를 탑재체로 싣고 환경 운용 성능을 확인하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당국은 한빛-TLV에 실린 시스나브가 발사 과정에서의 충격과 고온 등을 견디고 정상 작동하는지 여부 등을 검증할 방침이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지금껏 수많은 준비와 도전을 이어왔다”며 “이번 시험발사 과정에서 얻은 값진 경험과 노하우들은 핵심적인 기술력으로 치환되고 향후 독자적인 기술력과 발사 운용 역량을 갖춘 전문 우주 기업으로의 도약 발판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노스페이스, 韓 ‘뉴 스페이스’ 시대 열었다

이노스페이스의 도전은 한국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뉴 스페이스란 민간 주도 우주 개발을 뜻한다. 특히 이번 시험은 소형위성 발사에 필요한 수송 능력을 입증한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 이후 소형위성 발사에 사용할 구체적인 비행모델을 검증하는 단계가 남아있긴 하나 일단 가장 큰 기술적 난관은 넘어선 셈이다.

그간 국내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들은 ‘한국 최초 민간 우주발사체 서비스 기업’ 타이틀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벌여왔다. 이번에 시험 발사에 성공한 이노스페이스 외에도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우나스텔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다양한 스타트업이 너도나도 우주발사체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경쟁 과열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각 기업이 1등 경쟁을 위해 기술적 도전을 등한시하고 보수적인 관점만 견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경쟁 과열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우리나라는 과격하고 급진적인 교육만 강조하며 창의적인 발상을 저해하는 주입식 교육을 주로 해 지식의 양극화를 극대화하고 있다. 한창 뛰어놀 4세 어린이도 과외를 받으며 영어유치원에 가려고 시험을 치는 세상이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역사를 물으면 잘 모른다고 대답한다. 최근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는 ‘국평오(국어 평균 5등급) 문해력 논란’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아는 건 많은데, 아는 게 없다. 마냥 1등만 노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소리다.

사진=pexels

중요한 건 실패를 두려워 않는 마음

이노스페이스 덕에 국내 뉴 스페이스의 시대는 이미 열렸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걸리는 게 하나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1월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지만, 나로호 발사에 두 차례 실패했을 때 이미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실패 책임을 지라는 여론에 교체됐고 발사 책임자는 수차례 감사를 받아야만 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를 용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우주 기업의 대표는 “새로 만든 발사체가 첫 발사에 성공할 확률은 불과 25%도 채 되지 않는다”며 “미국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2단 발사체 팰컨1도 세 차례 발사에 실패했던 바 있다. 당시 스페이스X는 파산 직전까지 갔지만 실패를 딛고 일어서 결국 발사체 발사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는 지난 2015년 12월 재활용 로켓의 꿈을 실현하며 우주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런 스페이스X도 지난 수년간 실패를 반복해왔다. 심지어 이후 2016년 9월 3일 발사한 팰컨9은 공중에서 폭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일론 머스크가 혁신가로 인정받는 것은 수많은 실패를 겪고도 꺾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나는 실패를 예상하고 스페이스X를 시작했고, 우리에게 실패는 하나의 옵션에 지나지 않는다”며 “만일 실패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혁신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있듯, 실패 없는 성공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로켓 발사 실패한 日, 마냥 비웃어선 안 돼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일본의 로켓 발사 실패도 비웃을 일이 아니다. 앞선 지난 7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약 2,060억 엔(1조9,700억원)을 들여 개발한 H3 로켓이 발사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것이 일본 로켓 기술의 퇴보를 의미하는가? 일본은 지난 수십 년간 로켓 기술을 선도해 온 국가 중 하나다. 오히려 이번 실패는 일본에 값진 경험치로 환산될 것이다.

일본의 다양한 시도도 눈에 띈다. 일본은 상업용 발사체에 3D 프린팅을 활용하고 자동차에 사용되는 전자장치를 탑재하는 등 원가 하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체 연료가 아닌 액체 수소를 로켓 연료로 사용하는 등 여러 신기술도 적용 중이다. 일본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 방향성을 시도해 보며 때로는 넘어지고 깨지면서 성장하고 있다. 일면에선 과학기술계가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역사적 문제로 일본에 적대감을 내비치는 이들은 일본의 실패를 마냥 비웃기만 한다. 그러나 그런 비웃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절망감으로 바뀔 수도 있다. 우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도전하는 일본은 실패를 발판 삼아 언젠가 성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실패를 두려워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실패를 용납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보수적인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던 누리호 시절과 달라질 바가 전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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